신기림 기자 = 은행들이 미국 경제 성장의 노후화에 대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투자, 지출, 저축의 주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뱅킹 섹터는 전체 경제 체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이러한 은행의 역할이 미국 경제에서 축소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진단했다. 대출이 지난 수 년 동안 강력하게 증가했지만 모멘텀은 분명하게 꺾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WSJ이 인용한 미 연방예금보호공사(FDIC)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의 총 대출과 리스(lease)는 전년 동기 대비 3.7% 늘었다. 하지만 3개 분기 연속 성장세가 둔화한 것으로 1년 전 증가율 6.7%에 비해 떨어졌다. FDIC는 9년째로 접어든 확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시간주 한 자동차 공장 노동자.© AFP=News1
하지만 단순한 대출 둔화세라는 현상에서 그칠 수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대출 성장이 둔화한다는 것은 기업 투자와 개인 소비에 필요한 "연료"가 부족하다는 의미로, 잠재적으로 경제 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게다가 막대한 대출 증가세가 지나면 상환일이 다가 오면서 부채 비중이 높아져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가 늘어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FDIC에 따르면 2분기 신용카드 상각이 25.4% 늘어나 7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다만, 에너지 섹터의 회복에 힘입어 기업 대출의 상각은 9.7% 감소했다.
이러한 역풍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FDIC가 모니터링하는 5800개 은행과 금융기관들의 2분기 순익은 483억달러로 1년 전에 비해 10.7% 늘었다. 대부분 순익은 금리 인상에 따른 것이었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빠르게 올렸지만 예금 금리는 그 만큼 올리지 않아 대출 마진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금리 인상은 경기 확장의 후기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으로 잠재적으로 경기 둔화를 촉발할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이러한 신용사이클 하반기 신호는 침체가 임박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경제 하락의 다른 신호에 유념해야 할 시점이라는 경고라고 WSJ는 해석했다. WSJ는 "경제 성장은 노후화로 죽지 않지만 그렇다고 영원히 살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kirimi99@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허리케인에 北미사일까지..반등에도 불안한 뉴욕증시 (1) | 2017.08.30 |
---|---|
허리케인 '하비', 美 경제엔 얼마나 폭우를 퍼부을까 (0) | 2017.08.29 |
'빅뉴스는 없다'..그래도 잭슨홀에 쏠리는 눈 (0) | 2017.08.25 |
"세계경제 동반 성장세..금융위기 후 10년만에 처음" (0) | 2017.08.24 |
美, '北 거래' 기업·개인 추가제재..中, '강력 반발' (0) | 2017.0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