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유시장, 뺏고 빼앗기는 점유율 경쟁..'점입가경'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5. 12. 19. 11:56

뉴스1 | 황윤정 기자 | 2015.12.19 07:00

 

유전 지대의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황윤정 기자 = 글로벌 원유 시장을 둘러싼 러시아와 사우디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상대방 영토를 빼앗아 점유율을 높이려는 공세가 점입가경이다. 러시아는 사우디의 시장인 아시아에서, 사우디는 러시아의 시장인 유럽에서 구애 공세를 펼치는 중이다.

 

중동지역 원유의 점유율이 높았던 아시아 시장에서 올 들어 러시아의 영향력이 눈에 띄게 확대됐다.

 

루블화 약세와 파이프라인 증설에 힘입어 러시아는 아시아 원유 시장의 5번째 판매자로 떠올랐다. 로이터에 따르면 연초부터 11월까지 아시아로의 러시아 원유 판매는 일평균 130만 배럴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증가했다.

 

아시아 시장에서 러시아의 점유율은 5년전 4.7%에서 최근 7.3%로 확대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이 기존 유럽에 치중되어 있던 러시아의 원유 수출선을 아시아로 확대하는데 기여했다.

 

중국과 한국은 러시아 원유 수입이 가장 크게 증가한 나라이다.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동북아시아로의 원유 수출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루블화 가치가 2014년 중반의 절반 수준으로 폭락한 것도 원유 수출 확대에 도움이 됐다.

 

에너지애스펙츠의 암리타 센 애널리스트는 “아시아는 상대적으로 원유 공급 부족이 지속되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을 둘러싼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미국 셰일오일을 누르고 점유율을 확보하려는 OPEC의 전략에 대해 톰슨로이터의 엠릴 자밀 애널리스트는 “올해 러시아가 아시아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한 것을 보면, OPEC의 전략이 오래 지속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OPEC 국가들 중에서는 이라크가 그나마 아시아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 아시아 원유 시장에서 이라크는 올해 쿠웨이트를 제치고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에 이은 세 번째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에너지애스펙츠의 센은 “아시아는 지금 선택지가 너무 많다. 산유국들이 자국산 원유를 팔려면 가격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에서도 경쟁이 가열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몇 달간 러시아 석유회사들과 사우디의 아람코는 유럽에 경쟁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원유를 공급해왔다.

 

사우디는 특히 전통적으로 러시아 원유 수출 비중이 높았던 스웨덴이나 폴란드 등의 국가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사우디는 11월부터 스웨덴 최대의 정유회사인 ‘프림페트롤리엄’에 원유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프림페트롤리엄은 사우디 사람이 소유한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해왔다.

 

또한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텃밭인 폴란드에서도 사우디의 영역 확장이 이어졌다. 폴란드 정유회사 ‘PKN오르렌’과 ‘그루파로토스’가 사우디산 원유 수입에 나섰다.

 

사우디 에너지부 관계자는 동유럽으로 원유 수출을 늘리기 위해 폴란드의 그단스크 오일 터미널에 원유를 저장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러시아 국영 석유생산업체인 OAO로즈네프트의 이고르세친 최고경영자(CEO)는 사우디가 유럽에 원유를 “싼값에 팔아치우고 있다”며 “러시아 시장 수성에 나설 것”을 천명한 바 있다.

 

이란의 경제 제재가 해제될 경우 원유 시장의 점유율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톰슨로이터의 자밀은 “이란은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가격 경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OPEC의 한 관계자는 “원유 시장의 초과 공급이 이어지고 있어 구매자의 힘이 전보다 더 강해졌다”고 말했다.

 

씨티은행의 세스 클레인만 애널리스트는 “어쨌든 시장을 쪼개서 나눠가져야 한다”며 “배고프지도 않고 소화할 능력도 없는 시장에 원유를 쏟아 붓고 있다”고 현 상황을 비유했다.

 

y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