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 김신회 기자 | 2015.12.03 10:23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올해 글로벌 디폴트 기업 2009년 이후 첫 세 자릿수…내년에 더 늘어날 듯]
저유가와 강달러의 직격탄을 맞고 파산하는 기업이 급증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대란설이 제기된다고 CNN머니가 2일(현지시간) 경고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따르면 올해 디폴트를 선언한 글로벌 기업은 100곳이 넘는다. 이는 지난해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디폴트 기업 수가 100곳을 넘기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경기침체가 절정에 달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올해 디폴트를 선언한 곳 가운데는 유독 에너지 기업이 많았다. 전체의 3분의 1이나 된다. 에너지 기업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 유가가 급반등하는 동안 경기부양을 위해 풀린 저금리 자금으로 대규모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지난해 6월 이후 반 토막 나면서 궁지에 몰렸다.
니콜라스 콜라스 컨버젝스그룹 수석 시장전략가는 "모두들 국제 유가가 영원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막대한 부채와 저유가는 기업에 재무 스트레스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39.94달러로 지난 8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에너지 기업 가운데도 미국 기업들의 타격이 컸다. 생산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 기업들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셰일 개발로 산유량을 대거 늘렸지만 공급 과잉에 따른 유가 급락이라는 부메랑을 맞았다. CNN머니는 미국 에너지 기업들의 디폴트가 최근 몇 개월 사이에 잇따랐다며 이는 기업들의 고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파산 전문가인 더글라스 베어드 미국 시카고대 로스쿨 교수는 "에너지 기업들이 정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저유가로) 석유산업의 지형이 갑자기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달러 강세도 기업들의 디폴트를 부추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전망이 달러 강세의 배경이 됐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연초 90을 갓 넘었던 게 최근 100선으로 올랐다. 달러 강세는 달러 빚 상환 부담을 키울 뿐 아니라 미국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CNN머니는 미국 가전제품 유통업체 라디오셰크와 의류회사 아메리칸어패럴과 퀼실버를 비롯한 미국의 유명 브랜드들이 올해 파산보호신청을 하는 데도 슈퍼달러의 영향이 컸다고 지적했다. 신흥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FRB 등이 시중에 푼 저금리 자금을 끌어 쓴 기업들의 채무상환 부담이 커졌다.
CNN머니는 올해 글로벌 디폴트 건수가 2009년(268건)의 절반 수준이 안 되고 미국 기업의 디폴트율은 2.8%로 장기 평균치인 4.5%에 한참 못미친다면서도 디폴트 도미노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다이앤 바자 S&P 글로벌 채권리서치팀 책임자는 "금리가 극도로 낮아 차입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도 디폴트율이 계속 오르고 있다"며 "이는 시장에 대한 경고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FRB가 조만간 2006년 이후 첫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 시장의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며 투기등급 채권(정크본드)에 대한 베팅을 경계했다.
S&P에 따르면 정크본드 가운데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9년 말 이후 처음으로 20% 수준으로 높아졌다. 주요 발행주체는 에너지 등 원자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다. 중국의 성장둔화와 이에 따른 수요 부진으로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역사적 저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컨버젝스그룹의 콜라스는 많은 기업들이 최근 채권시장에서 1년짜리 자금을 조달했지만 국제유가가 반등하지 않으면 이를 금방 소진할 것이라며 내년엔 디폴트가 급증할 전망이라고 경고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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