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低유가파동'에.. 망망대해서 길 잃은 원유 1억배럴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5. 11. 12. 14:43

 

이데일리|장순원|2015.11.12 13:44

관련종목 시세/토론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1억 배럴이 넘는 원유가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 1년 이상 이어진 공급과잉이 빚은 진기한 풍경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성 데이터와 업계 자료를 바탕으로 바다 위 대형 유조선에 저장된 원유가 전 세계 하루 공급량과 맞먹는 1억배럴 수준이라고 1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저장량은 올 초와 견줘 두배 가량 증가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국제유가가 곤두박질쳤을 때도 비슷한 양의 원유가 바다 위에 저장됐다. 당시 대부분은 차익을 노리고 유조선에 원유를 저장했다. 이번에는 이런 물량은 전체의 절반에 불과하다. 지난 1년간 공급과잉이 지속하면서 주요 항만과 육지의 저장고가 꽉 차 있어 어쩔 수 없이 유조선에 원유를 쟁여놓고 있는 것이다.

    에너지컨설팅업체 JBC에너지는 많은 지역의 육상저장시설이 한계에 도달했고, 저유가가 계속되면 더 많은 양의 원유가 바다 위로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벨기에 선사인 유로나브(Euronav) 최고경영자(CEO)인 페트로 로저스는 “원유가 과잉 공급돼 어려움을 겪는 트레이더를 위주로 저장량을 관리하기 위해 유조선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세계 에너지 인프라업계는 기록적인 원유재고 탓에 파열음을 내고 있고, 중국에서 멕시코만까지 깔린 거대한 유조선 선단은 낮은 유가가 좀 더 이어질 것이란 강력한 증거라고 신문은 전했다.

    유가가 회복될 때까지 바다 위에 원유를 저장해 놓고 돈을 벌려던 트레이더도 곤혹스런 처지다. 유조선 수요가 늘면서 대여료 부담도 커지고 있어서다. 대형 유조선을 빌리는 돈은 올해 기준 하루 평균 6만달러다. 지난달에는 10만8000달러까지 치솟았다. 공급은 넘치는데 수요가 없다 보니 저장수요가 늘어서다. 현재 하루 200만배럴 이상 과잉 공급되고 있다.

    실제 약 220만배럴 기준으로 북해산 브렌트유 현물과 6개월물 가격 차는 950만달러다. 원유를 저장해놨다가 6개월 뒤에 팔면, 이 정도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은 기간 유조선 대여료가 1100만달러나 된다. 손해 보는 장사란 얘기다.

    최근 석유생산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뒤 유조선 대여가격은 더 오르고 있다. 현재 원유 현물과 6개월 후 선물의 가격 차가 4.5달러 수준인데, 격차가 6달러는 돼야 수익을 남길 수 있다 게 업계의 견해다.

    최근에는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같은 주요 국가들도 유조선을 통해 원유를 비축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세계 최대 원유수입국 중국은 이마 다섯대의 초대형 유조선(VLCC)을 굴리고 있다. 이 배 한 척 당 200만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장순원 (crew@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