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자
장안나 기자 = 원유로 먹고 살던 사우디아라비아가 '탈(脫) 석유시대'에 대비한 경제청사진을 2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비원유부문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16%에서 50%로 늘리는 게 골자다.
세수의 70%를 원유에서 얻던 사우디가 4년 안에 원유 없이도 살 수 있게 만들겠노라고 전격 선언한 것이다. 마켓워치는 25일(현지시간)자 기사에서 사우디의 이번 개혁안이 주는 네 가지의 중요한 시사점을 정리했다.
◇ 원유시장 내 통제력 감소
마켓워치에 따르면 이번 행보는 사우디가 원유시장에서 자국의 영향력이 줄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의 로비 프래이저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유가에 대한 통제력이 줄었다는 것은 사우디의 장기 경제·정치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는 내부 통제력이 부족해졌다는 사실과 같은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원유시장에서 사우디의 영향력이 줄어든 이유는 단지 유가 하락 때문만은 아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주요 산유국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커모디티스워치의 케빈 케르 이사는 "만일 사우디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 협력을 이끌어낼 수 없다면 그들은 배럴당 45~65달러를 서부텍사스원유(WTI)의 뉴노멀로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 시장점유율 싸움 지속
마켓워치는 또 사우디의 이번 개혁안이 시장점유율 싸움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국제에너지연구 바레인센터의 오마르 알우바이들리 프로그램이사는 "이번 개혁안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사우디가 원유시장에서의 현재 정책을 유지, 시장점유율을 방어하고 감산 요구를 외면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기세력들은 사우디가 내외부의 정치적 압박을 받아 감산을 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으나, 다른 나라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사우디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할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서버지니아대학의 우샤 할리 교수는 "사우디가 미국 셰일업체들을 고사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낮은 가격에 원유를 팔아왔다"며 "하지만 대체에너지원으로서 셰일가스의 생존과 다른 에너지원의 지속적 개발로 사우디가 발등에 불이 떨어졌음을 깨달았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그러면서 "에너지업계에 다가오고 있는 지형변화를 파악해 그들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하려 한다는 사실을 이번 개혁안이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 페트로달러 위협 가능성
마켓워치는 이번 개혁안이 페트로달러 체제가 위협받고 있을지 모르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지난 1970년대 사우디는 군사적 보호를 받는 대가로 원유결제를 달러로 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하지만 서방이 이란의 경제제재를 풀어주는 핵 협상에 도달한 뒤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악화됐다.
현재 미국 상원은 사우디에 대한 무기금수 내지는 제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데일리 레코닝의 조디 처들리는 "미국이 페트로달러 체제를 위해 사우디에 제시했던 당근이 바로 군사적 지원이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원유수요 정점' 신호
마지막으로 사우디의 개혁안은 각국이 과거만큼 원유가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시포트글로벌증권의 리처드 해스팅스 거시경제 전략가는 "사우디 개혁안이 '수요정점'이라는 느리지만 강력한 힘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원유수요가 더 이상 늘어날 수 없게 되었다면 이는 산유국에게 치명적인 현실이다.
그는 "더 많은 노동력이 사우디로 들어오게 하겠다는 이민개혁 부문이 영원히 원유·석유제품 의존도를 낮추도록 해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스팅스는 또 "2014년 유가붕괴는 수요절정기의 시작으로 촉발됐을 가능성이 크며, 사우디의 이번 개혁안은 유가의 작용을 바꾸는 요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켓워치는 사우디의 이번 계획이 그러한 변화 과정에서 적기에 등장한 하나의 현상으로 평가했다.
sub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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