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회복기엔 신흥국이 잘나갔었는데.."백신이 교본 바꿨다"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21. 4. 27. 07:54

윤세미 기자

나라별 코로나19 백신 격차가 경제 전망과 증시 성적을 가르고 있다. 접종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딘 유럽연합(EU)은 경제가 뒷걸음질친 것으로 보이고, 역시 백신 부족에 시달리는 신흥국에서는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경제학자들은 백신 접종 속도와 범위에 따라 경제 회복 정도도 달라질 것으로 전망하며, 미국·영국이 유럽연합(EU)이나 개발도상국 등보다 빨리 회복할 것이라고 봤다. 미국은 40% 넘는 인구가, 영국은 절반이 백신을 1회 이상 접종받았다.

특히 그동안 하지 못했던 소비가 경제 회복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미국의 '초과 저축액'(2019년 소비 규모와 비교했을 때 이후 소비 대신 늘어난 저축액)이 2조달러가 넘는다. 시장에서는 올해 1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6.5%(연율 기준)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한다.


반면 백신 접종률 20%대 초반인 EU는 올해 1분기 3.6%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영국이 봉쇄 조치를 풀었지만 EU는 최근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재봉쇄에 들어갔다. EU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공급 부족 문제, 고령자 효과 문제에 이어 혈전 부작용 논란까지 겪으며 접종 속도가 처졌다. EU는 얼마전 화이자 백신 5000만회를 추가 구매하기로 했다.

백신이 모자란 신흥국도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MSCI 신흥시장 지수는 연초 대비 상승률이 5% 수준으로 선진국 지수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과거 경제 위기 후 글로벌 경제가 회복하기 시작할 때 신흥국 경제가 수혜를 받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모습이다. 이를 팬데믹이 경제 회복기 투자 교본까지 바꿔놓은 셈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평했다.


최근 연일 감염자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인도의 센섹스30지수는 약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상승분을 전부 반납했다. 브라질 보베스파지수는 동기간 1.3% 상승에 그쳤고, 터키 보르사이스탄불100지수는 8%가량 떨어졌다.

투자자들도 이탈하고 있다. EPFR 자료에 따르면 21일까지 일주일 동안 신흥국 주식펀드에서 빠져나간 돈은 13억달러(약 1조4500억원)로 3개월여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인도 증시에서 빠져나간 돈은 1년여 만에 가장 많았고, 지난 한 달 동안 루피는 달러 대비 3.5% 미끄러졌다.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세계 인구 11%를 차지하는 27대 부국에서는 인구 3분의 1 이상이 백신을 한 차례 이상 접종받았다. 반면 세계 인구 중 18%를 차지하는 인도의 백신 접종률은 5.2%에 그친다.

미국 경제 호황으로 달러 가치가 오를 땐 신흥시장이 추가 악재를 안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달러화 부채 상환 부담도 커진다. TS롬바르드의 존 해리슨 신흥시장 거시 전략가는 "달러 약세 전망이 약해지면서 신흥국 경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JP모건자산운용의 타이 후이 수석 아시아시장 전략가는 "신흥국 투자는 확산세가 통제 아래 놓일 때까지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데믹에서 빠른 회복이 기대되는 미국과 중국에 우선 투자할 것을 권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