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젊은 '인도 개미'가 몰려온다..印 밀레니얼 세대, 주식 투자 열풍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20. 10. 5. 16:02


유진우 기자

"굶주린 인도 개미가 증권 시장으로 몰려 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나라에 ‘동학개미’, 미국에 ‘로빈후드 투자자’라고 불리는 개인 투자 열풍이 부는 것처럼, 최근 13억명 인구 대국 인도에서도 개미들의 증시 ‘진군(進軍)’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따르면 인도 정부가 지난 3월 1차 경제 봉쇄령을 내린 이후 인도 중앙예탁기관(CDSL) 신규 계좌 개설 건수는 6개월 만에 이전보다 20% 넘게 늘었다. 숫자로는 2500만개에 달한다.

CNBC는 SEBI를 인용해 "신규 계좌 주인 대부분이 24~39세 사이 밀레니얼 세대"라며 "인도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한 해외주식 매입 플랫폼은 밀레니얼 투자자 수가 4월 이후 50% 늘었다"고 전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1년부터 1995년 사이 출생자를 말한다. 이들이 인도 전체 인구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 정도. 다국적 기업에는 연간 지출이 2조달러를 넘는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소비자층'이면서, 과거 성공 방정식을 파괴하는 미래 인력이란 양면성을 지닌 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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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밀레니얼 세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도 경제가 무너지자, 과감하게 증시판으로 뛰어들었다. 인도 경제는 올해 2분기 코로나19 충격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9% 역성장했다. 통계 작성 이후 가장 안좋은 기록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만큼 금세 충격을 이겨낼 것’이라는 기대감 덕분에 글로벌 자금은 한번 바닥을 친 이후 다시 유입되는 추세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8월 외국인 투자자는 인도 주식시장에서 60억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시장에서 비슷한 금액인 60억달러어치를 순매도한 것과 정 반대다.

인도 밀레니얼 세대는 외국인 매수세라는 순풍에 몸을 맡긴 채 자국 증시는 물론 미국 기술주에도 손을 뻗치며 자산을 불리고 있다. 이용자 수 기준 인도 최대 주식거래 앱 ‘제로다’는 미국 젊은 개미를 상징하는 앱 ‘로빈후드’ 일일 거래량을 훨씬 웃돌기 시작했다. 9월 기준 제로다 일일 거래량은 500만~700만 건으로, 430만 건 수준인 로빈후드를 넘어섰다.

CNBC에 따르면 인도 밀레니얼 투자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종목은 테슬라다. 그동안 인도 금융당국은 해외투자를 25만달러까지 제한하고, 해외투자 계좌를 여는 데 오랜 검증 과정을 거치게 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해외투자 앱이 나오면서 며칠이면 해외투자를 할 수 있게 되면서 인도 개미들의 국외 시장 참여가 늘고 있다.

해외주식 매입 플랫폼 스토칼의 시타슈와 스리바스타바 최고경영자(CEO)는 CNBC 인터뷰에서 "특히 기술주와 상장지수펀드(ETF) 거래에 개인투자자가 몰리고 있다"며 "스토칼 사용자 27%가 테슬라 주식을 샀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 아마존 등이 인도 밀레니얼 개미들의 선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갑작스런 인도 개미 투자자 등장에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기관투자자에 밀려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개인 투자자가 증시를 움직이는 파워 집단으로 성장했다"는 평가와 함께 "현재 과열된 투자 열기는 좋은 결과를 맺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팽히 맞선다.

인도 투자 리서치 업체 큐브웰스의 사티엔 코타리 CEO는 "10년 동안 투자한다고 생각하면 코로나 사태 이후 20% 수준 등락은 미미한 변동폭"이라며 "많은 종목이 하루에도 2%씩 오르 내리기 때문에 개인이 정확한 매도·매수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확천금을 노려 순식간에 부자가 되려 하지 말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