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안전자산' 반열 오른 銀..수요 늘고 값 더 뛴다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20. 9. 9. 18:39



이슬기 기자

달러화 가치, 실질금리 추락...은도 '안전자산' 등극
美 '건물 태양광 패널 설치' 의무화 확대...은 수요 ↑
코로나 이후 은 생산량 직격탄, 전세계 공급도 감소


은(銀)값이 날개를 달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후 각국 중앙은행의 대규모 돈풀기로 달러화 가치가 추락하면서 은이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고, 생산량에 비해 산업용 비중도 높아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7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8월 국제 금값이 온스당 2050달러에 육박하는 등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은값은 금의 두 배 가까운 상승률을 보이면서 '뛰어난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날 미국 선물시장인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은 12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온스당 26.87달러를 기록했다. 지난달 10일 온스당 29.13달러로 최고점에 도달한 것에 비하면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1월2일 은값(종가)은 온스당 17.97달러였다.

미 로스앤젤레스(LA) 귀금속 중개회사 노블골드의 콜린 플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미 광산업 전문매체 마이닝닷컴과 인터뷰에서 "코로나 이전에는 투자자들이 금과 은을 6:4 비율로 사들였지만, 지금은 은의 비율이 올라 거의 5:5가 됐다"고 했다.

그는 "코로나 사태 초반 은값은 15달러대였고, 3월말과 4월초에는 달러화 강세로 인해 은값이 13.92달러까지 내려갔다"며 "그랬던 은값이 이후 30%이상 증가해 온스당 29달러대까지 올랐다. 4~5개월 동안 유례가 없는 상승세를 보이며 극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美 부동산법 좌우하는 캘리포니아, 은 싹쓸이 한다"

경기가 반등할수록 은값은 더 오를 전망이다. 특히 미국 부동산법의 기준이 되는 캘리포니아주가 최근 주(州)내에서 이뤄지는 모든 신축 건물 공사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라는 규정을 신설했다. 태양광 패널의 주요 소재는 은이다. 늦어도 내년부터는 주거용이나 상업용 등 모든 신규 건물에 은이 필수적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캘리포니아의 태양광 패널 설치규정이 다른 주로 확대될 것이라며 은값이 오를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고 내다봤다. 플룸 CEO도 "태양광 패널이 널리 사용될수록 건축 시 이를 의무화하는 주가 늘어날 것 같다"며 "캘리포니아가 연방 부동산법의 기준이 되는 만큼 내년에는 다른 지역들도 이것을 요구할 것이고, 은값은 더 오를 것"이라고 했다.

공급 부족도 은값 상승의 주요 원인이다. 최근 광산업계가 은 생산을 늘리고 있기는 하지만,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이후 일부 광산은 여전히 폐쇄된 상태다. 업계에선 코로나 사태 이후 최대 희생자는 은 생산분야라는 말도 나온다. 소매업 쪽에서 캐나다와 미국 조폐공사가 주조한 은화가 몇 개월째 나오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마이닝닷컴은 전했다.

실제 세계은협회(Silver Institute)는 최근 보고서에서 5년 만에 처음으로 은 공급이 부족할 거란 전망을 내놨다. 협회 측은 올해 라틴아메리카에서 채굴하는 생산량이 13% 줄고, 전 세계 공급량은 최소 7.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올해 라틴아메리카에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은 생산 규모가 태양광 패널 약 1억개를 만들 수 있는 6700만 온스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생산은 줄고 수요는 늘면서 은값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