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재 기자입력 19.04.26 17:42
아르헨티나와 터키 금융시장이 다시 혼란으로 치닫고 있다.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이 이틀 연속 급락세를 탔고, 터키 리라는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란 예상이 높아지면서 하락했다. 리라는 이달 들어 7% 폭락했다.
양국의 특수한 사정이 영향을 준 것이지만 세계 경기 둔화세 속에 불안한 시장심리가 자칫 신흥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아르헨 금융시장 이틀 연속 추락
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금융시장은 오는 10월 선거에서 마우리치오 마크리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틀 연속 곤두박질쳤다. 마크리 정권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성장 둔화, 통화 약세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마크리 대통령이 대선에서 패배하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다시 정권을 잡으면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할지 모른다는 투자자들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페소는 이날 미국 달러에 대해 5% 넘게 폭락했다가 이후 낙폭을 일부 만회해 2.4% 하락한 달러당 45.03페소로 떨어졌다. 아르헨티나 페소는 올 들어 16% 넘게 폭락해 주요 신흥시장 통화 가운데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국채 수익률도 폭등했다. 2021년 상환하게 되는 3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20.1%까지 치솟았다가 이후 안정을 찾았지만 17.9%를 기록해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10년 만기 수익률 역시 11.38%를 기록했다.
아르헨티나 여론조사업체 이소노미아에 따르면 10월 대선에서는 결선 투표에서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 마크리 대통령에게 승리할 전망이다. 페르난데스는 아직 출마 의사도 밝히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여론조사 선두를 달리고 있다. 애버딘자산운용의 신흥시장 국채부문책임자 에드위 구티에레스는 '페르난데스는 더 이상 일어날 확률이 낮은 꼬리 리스크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아르헨티나 물가상승률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지난달에도 전월비 4.7% 급등해 연율 기준으로는 55%에 육박한다. 마크리 정부가 다양한 재화에 대한 가격통제를 포함해 일련의 물가정책들을 내놓았지만 이는 '상징적'일 뿐 물가를 잡는 데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지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마음을 다독이는 효과는 있을 것으로 골드만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는 예상했다.
마크리 정부의 무능 속에 페르난데스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아르헨티나 채권 디폴트에 대한 보험료인 신용디폴트스와프(CDS)는 뛰고 있다. 아르헨티나가 국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디폴트를 선언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료가 100달러당 12.64달러로 뛰었다. 3년반 전 마크리가 집권한 이후 최고 수준이다. UBS자산운용의 페데리코 카우네는 시장이 아르헨티나 디폴트 가능성을 65%로 잡고 있다고 해석했다.
■터키도 출렁···외환보유액 급감
지방선거가 끝나면 금융시장이 다시 불안해질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터키 금융시장은 또다시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터키 중앙은행(TCMB)이 지난달과 달리 금리인상에서 동결로 기운 것으로 나타나고, 지난주 외환보유액이 급감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장심리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터키 리라는 이날 미국 달러에 대해 1.5% 급락해 지난해 10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 리라는 7% 폭락했다. TCMB가 추가 금리인상은 없다는 메시지를 낸 것이 시장심리를 악화시킨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이날 TCMB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4%로 동결하고, 지난달 6일 회의에서 밝혔던 '(필요하면) 추가 통화긴축도 있을 것'이라는 문구를 발표문에서 삭제했다. 런던 TD증권의 신흥시장전략책임자 크리스티안 마지오는 TCMB의 '비둘기 신호'가 '시장에서 매우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터키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19.71%로 TCMB 목표치인 연간 물가상승률 5%를 4배 가까이 웃돌지만 TCMB는 금리인상을 강력히 반대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입김으로 금리인상을 주저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터키 순외환보유액이 287억달러에서 269억달러로 18억달러 줄었다는 소식도 터키 금융시장 추락세를 가중시켰다.
특히 터키는 2월 현재 단기 대외부채가 1770억달러여서 외환보유액이 급감함에 따라 외부충격에 이전보다 더 취약해졌다는 우려가 시장불안을 부추겼다. 노무라의 신흥시장담당 이코노미스트 이난 데미르는 지난주 외환보유액 감소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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