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막강해진 달러, 글로벌 경제 위협하나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8. 5. 11. 09:15

【 워싱턴=장도선 특파원】 미국이 세계 경제 생산과 통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몇십년간 축소됐지만 무역과 금융에서 달러의 위상은 더욱 강화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또 달러 표기 세상에서 달러 강세는 다른 국가들의 수입과 부채 상환 비용을 늘려 경제에 도움보다는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으며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세 약화도 달러 강세가 일부 원인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버드대학 경제학과의 지타 고피나스 교수에 따르면 세계 무역에서 달러 결제 비율은 약 40%다. 이는 글로벌 무역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의 거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 시카고대학 베커 프리드만 연구소가 27조달러 규모의 세계 금융시장 포트폴리오를 조사해 발표한 최근 연구 보고서는 투자자들이 채권 구매시 달러 또는 자국 통화 표기 채권을 선호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가간 차입에서 달러 비율은 2008년 45%에서 2016년 62%로 상승한 반면 유로 비율은 하락했다.

 

WSJ에 따르면 하버드대학 고피나스 교수는 국제 무역과 금융에서의 달러 비중 확대가 다른 나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설명하는 좋은 사례로 최근의 아르헨티나 경제 위기를 꼽았다.

 

아르헨티나가 지금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는 위기 상황에 몰린 것은 기본적으로 20% 넘는 인플레이션과 경상수지 적자 확대라는 국내 요인이 주된 배경이다.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아르헨티나에서 자금이 유출된 것도 상황 악화에 일조했다.

 

그러나 고피나스 교수는 아르헨티나의 경제 위기를 심화시킨 것은 달러로 이뤄지는 무역 결제와 달러 부채라고 지적한다. 아르헨티나의 수입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불과 15%지만 아르헨티나 전체 수입의 88%는 달러 결제를 필요로 한다. 때문에 달러 상승은 아르헨티나 페소로 표기된 물가의 가파른 상승으로 이어진다.

 

게다가 달러로 표기된 아르헨티나의 공공 부채는 980억달러, 민간 부채는 680억달러로 합치면 아르헨티나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에 해당된다. 달러가 오를수록 페소는 하락하고 아르헨티나의 달러 부채 상환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제결제은행(BIS) 데이터에 의하면 신흥시장 국가들이 안고 있는 달러 부채는 총 2조달러다. 때문에 달러가 상승하면 신흥시장 통화, 주식, 채권은 모두 하락하게 된다. 고피나스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달러는 과거 인식됐던 것보다 훨씬 더 큰 파급효과를 지닌 통화"라고 설명했다.

 

1980년대 중남미 금융위기와 1990년대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신흥시장 국가 정부들은 외화 차입을 대폭 줄였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달러를 통한 자금 조달에 크게 의존한다. 때문에 달러 상승은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터키, 인도네시아 등 다른 국가들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도 이 같은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전일 스위스 취리히 콘퍼런스에서 달러 강세를 초래할 수 있는 미국의 금리인상은 "관리 가능한 수준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jdsmh@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