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럼프, '국가안보' 이유로 브로드컴의 美퀄컴 인수 '금지' 명령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8. 3. 13. 10:33

머니투데이 |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 2018.03.13 09:3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국가안보를 이유로 미국 반도체업체 퀄컴에 대한 싱가포르 브로드컴의 인수를 금지하는 명령을 내렸다.

 

이번 인수금지 명령은 브로드컴이 퀄컴 인수를 추진하고, 인텔이 브로드컴 인수를 검토하는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는 세계 반도체업계의 합종연횡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퀄컴에 대한 브로드컴의 인수제안을 금지하고,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본질적으로 동일한 합병, 인수 또는 매입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명령에 서명했다고 백악관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명령서를 통해 “브로드컴이 퀄컴에 대한 지배력 행사를 통해 미국의 국가안보를 손상시키는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있는 신뢰할만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명령에 따라 두 회사는 지난 2015년 670억 달러에 달했던 컴퓨터업체인 델의 스토리지업체 EMC 인수 이후 정보기술(IT)분야 역대 최대의 규모의 합병이 될 수 있었던 인수제안을 즉시 폐기해야한다.

 

앞서 브로드컴은 지난해 11월 애플과의 특허료 분쟁, 각국 정부의 과징금 부과 등으로 고전 중인 세계 최대의 모바일칩업체 컬컴에 1050억 달러(약 114조원, 부채 제외)의 인수제안을 했다.

 

퀄컴은 당초 이를 거부했지만, 지난달말 부채 250억 달러를 포함해 총 1600억 달러(약 171조원)의 인수가를 제시하면서 인수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인수가능성을 높였다.

 

브로드컴은 HP반도체 사업부에서 분사한 싱가포르 반도체업체 아바고테크놀로지스가 지난 2015년 미 브로드컴을 인수한 이후 바꾼 이름이다.

 

하지만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는 결국 최후의 관문으로 꼽히던 ‘국가안보’ 벽에 가로막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금지 명령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국가안보 위협조사결과에 따른 것이다.

 

CFIUS는 이미 이달초 브로드컴과 퀄컴 변호사들에 보낸 서한을 통해 이번 거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CFIUS는 이번 인수제안이 미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비용절감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브로드컴의 평판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할 경우 퀄컴의 연구개발비를 줄여, 중국 화웨이 등 외국경쟁사와의 차세대 무선기술개발 경쟁에 뒤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로드컴은 CFIUS의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 본사를 싱가포르에서 미국으로 이전하는 계획이 이번 인수를 성사시켜줄 것이라고 낙관해왔다.

 

브로드컴은 이날 전일대비 3.6% 오른 262.84달러, 퀄컴은 전일대비 전일대비 0.4% 하락한 62.8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인수금지 명령이 발표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브로드컴은 0.7% 상승했고, 퀄컴은 4.5% 떨어졌다.

 

한편, 인텔이 브로드컴의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금지명령은 향후 세계 반도체업계의 합종연횡에도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미국)=송정렬 특파원 songjr@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