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석유수출기구(OPEC)가 8년 만에 감산에 합의하면서 국제 유가가 폭등해 배럴당 50달러대에 근접했다. 내년 유가가 완만한 상승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가 회복이 셰일오일 생산 확대를 촉발하며 유가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너무 비싸지도, 그렇다고 싸지도 않은, 그래서 원유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적절하게 만족스러운 `골디락스(Goldilocks)` 저유가 현상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내년 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4.21달러(9.3%) 상승한 배럴당 49.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9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하루 전까지만 해도 감산 합의가 불투명하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결국 하루 최대 생산량을 지금보다 120만배럴 적은 3250만배럴로 낮추기로 합의하면서 원유 공급과잉 우려가 수그러들었기 때문이다.
서방의 경제 제재 해제 이후 산유량이 목표치에 도달할 때까지 감산에서 면제해줄 것을 주장했던 이란과 다른 OPEC 회원국들이 이란 감산량에서 접점을 찾은 것이 감산 합의의 물꼬를 텄다. OPEC이 합의에 도달하면서 러시아도 하루 평균 3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하는 등 비(非) OPEC 회원국도 감산에 동참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OPEC의 감산 합의로 내년 유가가 완만한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감산으로 인해 유가가 50달러대로 회복하면서 저유가에 치솟는 비용 탓에 주춤했던 미국 셰일오일 생산 기업들이 다시금 셰일오일 생산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시장 공급 물량 증가에 유가 상승폭은 제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유가가 지난 2014년 최고치였던 배럴당 110달러 대에 크게 못미치는 배럴당 55~70달러 대에서 균형점을 찾고 장기간 머무를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TD증권의 바트 멜렉 애널리스트는 “감산 결정으로 국제유가는 내년에 배럴당 60달러대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이체방크증권의 라이언 토드 애널리스트는 “시장 참가자들은 배럴당 60달러 안팎이 스윗스팟(sweet spot-최적지점)이 될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걸프스테이트인스티튜트의 원유 전문가인 왈리드 카두리는 “OPEC 회원국들은 배럴당 50~60달러 사이의 골디락스 존(균형점)에서 유가가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년 OPEC 주요 회원국들은 배럴당 50달러가 `공정한 균형가격`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OPEC이 감산 합의안을 마련하고도 실제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유가 방향의 변수로 남아있다. 아트 카신 UBS 뉴욕거래소 객장 담당 국장은 “OPEC의 감산 합의 성공이 합의 이행으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가가 갑자기 많이 오르면서 차익 실현 물량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면서 한 동안 원유 시장이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민정 (benoi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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