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자재 급락에 직격탄..신흥·선진 소득격차 더 커졌다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6. 6. 8. 09:31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美 1인당 GDP와 격차 만회에 70년 가까이 걸려…위기 이전 전망보다 20년 이상 늘어]

 

신흥국과 선진국 사이의 소득격차가 기대와 달리 더 크게 벏어졌다. 원자재가격 급락으로 수출 중심 신흥국들의 경제가 가파른 속도로 악화하면서다.

 

세계은행(WB)이 7일(현지시간) 발표한 '2016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114개 신흥국들 중 47%만이 미국과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 격차를 줄였다. 2000년 이후 처음으로 50%를 하회했을 뿐더러 2007년 83%에서도 크게 하락했다.

 

세계은행의 분석을 보면 2008년 금융위기 이전 5년 동안 신흥국은 미국 1인당 GDP 수준을 따라잡는데 평균 42.3년이 걸릴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브라질,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주요 신흥국들이 경제둔화 및 침체(recession)에 빠지면서 이 수치는 67.7년으로 20년 이상 늘었다.

 

신흥국보다 개발수준이 낮은 이른바 프런티어국가들은 더 크게 뒤쳐졌다. 나이지리아의 경우 미국 1인당 GDP를 따라잡을 것이라 예상된 기간이 43.1년에서 109.7년으로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세계은행은 "위기 이전만 해도 신흥국들의 평균 소득수준이 한 세대 안에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나타난 저성장으로 이 기간이 크게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2011년부터 시작된 원자재가격 하락세와 이후 펼쳐진 국제유가 급락은 신흥국의 상황을 양분했다. 중국, 인도 등 원자재수입국은 가격하락에 수혜를 받아 높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하지만 원자재수출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들은 경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대표적으로 나이지리아는 석유매출 감소 및 통화가치 하락 등으로 발생한 재정적자를 어떻게 메울 것인지 정책적 딜레마에 직면한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이날 원자재수출 신흥국들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4%로 기존 3.2%에서 크게 낮췄다. 이 영향에 전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 역시 2.9%에서 2.4%로 하향됐다.

 

경제 둔화는 빈곤 퇴치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작년 세계은행은 세계 빈곤선(poverty line) 기준을 일일 1.25달러에서 1.90달러로 상향조정하며 세계 극빈층 인구가 최초로 세계 인구의 10% 아래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 자료의 수집과 분석에 수년이 걸리는데다 금융위기 이전 신흥국들의 성장추세를 기반으로 한 추산이라는 점에서 세계은행 내외부적으로 비판을 받았다. 아이한 코세 세계은행 개발전망그룹 책임자는 "성장 악화로 빈곤층 축소가 훨씬 더 어려워졌다"며 "빈곤 문제 해결의 주된 치료제는 경제 성장"이라고 지적했다.

 

주명호 기자 serene84@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