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스팩 열풍에 전세계 M&A 규모 '40년만에 최대'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21. 4. 1. 14:21




황민규 기자

美, 세계 M&A 시장 주도, ‘닷컴버블’도 넘었다
스팩 합병이 전체 M&A 시장의 25% 차지
일각서는 거품 논란…공매도 움직임도
美 이어 유럽, 아시아서도 스팩 열풍 조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 조치, 각종 경제활동 제한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세계 인수합병(M&A) 규모가 40년 만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특수목적합병법인(스팩·SPAC)이 M&A 열풍을 주도했고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열기가 뻗어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스팩은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명목상 회사(페이퍼컴퍼니)로 유망 기업을 인수해 수익을 얻고 인수 대상 기업은 스팩을 통해 간편하게 상장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31일(현지 시각) 시장조사업체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지난 3월 30일 기준까지 집계된 전 세계 M&A 규모가 1조3000억달러(약 1465조4900억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80년 이후 1분기 이후 최대치다. '닷컴버블'로 세계 시장이 들썩였던 지난 2000년보다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M&A 붐을 견인한 주역은 미국이다. FT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비해 M&A가 빠르게 활성화되기 시작했고,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M&A 규모가 160%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씨티그룹 글로벌 M&A 공동 책임자 캐리 코크먼은 "1년전과 비교되는 이같은 M&A 광풍은 역사상 가장 극적인 반등"이라며 "유례가 없는 수준이다"라고 했다.

실제 올해 이뤄진 초대형 M&A의 상당수는 스팩이 주도했다. 스팩을 통한 합병은 올 1분기 전체 M&A의 25%가 넘는 1720억 달러 규모였다.

테슬라의 경쟁사로 불리는 루시드 모터스가 지난 2월 처칠캐피털 코프IV라는 스팩과 240억달러 규모의 합병에 합의한 것이 가장 큰 규모의 M&A였다. 3월에도 주식거래 플랫폼 로비후드 경쟁사의 경쟁사인 이토로가 베치 코언의 핀텍 애퀴지션코프V와 100억달러에 합병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대형 M&A가 잇따랐다. 제너럴 일렉트릭(GE)은 300억 달러 규모의 항공기 임대사업을 아일랜드 경쟁업체인 에어캡에 매각하기로 합의했다. 미국 자산운영사인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가 금융위기 당시 만든 생명보험회사 아테네홀딩과 110억달러 규모의 M&A를 체결한 것도 최대 사모펀드 거래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스팩 열풍에 대한 거품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제프리스의 글로벌 차입금융 부문 책임자 롭 풀러턴은 "스팩은 좋은 상품이긴 하지만 그 규모가 올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커졌다"면서 "투자자 기반이 주체하기 어려울 정도의 압도적인 규모로 확대됐다"고 우려했다.

주가 하락을 점친 공매도 움직임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금융정보 분석업체인 S3파트너스에 따르면 미국 증시의 스팩에 대한 공매도 투자 잔액은 지난달 29억7000만 달러까지 늘어 지난해 말(약 8억 달러) 대비 약 3.7배 증가했다.

이 가운데 마이클 클라인이 설립한 스팩인 처칠캐피탈의 공매도는 3억7300억 달러로 규모가 가장 컸다. 스팩 주가지수가 하락하면서 스팩 공매도 수익률은 올들어 시장 수익률(S&P500 지수 기준)을 3배 웃도는 15%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올해 1분기까지 스팩 붐을 주도하는 것은 미국이지만 유럽, 아시아에서도 스팩 열풍의 조짐이 관측된다고 FT는 보도했다. 특히 암스테르담이 그동안 유럽 금융시장의 중심 런던을 제치고 스팩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서도 올해 1분기 6개의 아시아 스팩 기업이 27억 달러를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