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글로벌 공급망 '비상'..수에즈운하 봉쇄에 물류대란 우려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21. 3. 25. 10:20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를 가로 막은 대만 선박 에버그린호 ©

신기림 기자

원유부터 각종 소비재 공급 '빨간불'..유가 6%↑



신기림 기자 =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상로 수에즈 운하가 선박 좌초에 마비되면서 원유부터 각종 소비재까지 실은 선박 수 십척이 정박하지 못하고 있다. 좌초선박으로 인한 운하 봉쇄가 24시간 이상 지연되면 아프리카로 우회하는 등 다른 방도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이 선박업체 소식통들을 인용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고 선박은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의 초대형 컨테이너선으로 23일 오전 강한 바람과 모래 폭풍으로 운항력을 상실, 수로를 이탈해 뱃길을 양방향으로 모두 막아 버렸다. 로이터가 확보한 위성사진을 보면 이 선박은 뱃길을 가로로 거의 완전히 막아 수로에 끼인 것처럼 떠 있다.


이 선박은 2만2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메가 컨테이너선으로, 길이는 400m, 넓이는 60m에 달한다. 로이터에 따르면 24일 오전까지 좌초된 선박의 인양작업은 진행중이다.

이로 인해 다른 선박들은 운항이 전면 차단됐다. 에너지정보업체 케이플러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원유와 정제유를 실은 유조선은 20척 넘게 영향을 받았다. 또 다른 정보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NLG)를 실은 선박 7척도 발이 묶인 상태다.

수에즈 운하는 국제물동량의 10%를 차지하는데, 특히 주요 에너지 수송로라는 점에서 LNG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불안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유가는 6% 급등했다.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다른 일반 컨테이너 선박도 13척 이상 수에즈 운하 인근에 정박한 채 운항하지 못하고 있으면 또 다른 2척의 선박도 지중해 인근 해상에서 대기중이다.

세계 최대 해운사 AP몰러 머스크는 이번 사고로 영향을 받은 자사 선박은 7척이며 이 중 4척은 사고가 발생한 수에즈 운하에 떠 있고 나머지 3척은 물길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가 인용한 해운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운항 차질이 계속되면 아프리카로 우회하는 수 밖에 없는데, 그러면 물류 이송이 1주일 지연될 수 있다. 한 소식통은 로이터에 "이번 사고의 장기적 영향력을 파악하는 데에 앞으로 24시간이 중요할 것"이라며 "심각한 운항 차질이 빚어지면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희망봉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글로벌 공급망 불안도 심화할 수 있다. IHS마킷의 그레그 놀러 애널리스트는 "아시아-유럽의 공급망은 이미 한계에 달했다"며 "이번 수에즈 운하 봉쇄는 특히 나쁜 시점에 발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과 영국의 막대한 수입품 수요를 맞추기 위해 선사들은 이미 가능한 선박을 총동원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