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가 일년치 월세 미리받고
집주인에 한달씩 전해주는 구조
월세 밀리면 세입자부터 쫓겨나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에서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떠올라 각광을 받았던 주택 임대 플랫폼 사업이 코로나19 충격과 중앙 정부의 감독 부실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중국 주택 임대 사업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되면서 사회문제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7일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지난 3일 중국 광저우에서 장기임대 아파트 한 세입자가 18층에서 뛰어내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집주인에게 이사를 요구받자, 거주지에 불을 지른 뒤 이런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세입자는 올해 졸업했지만 아직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룸메이트는 "지난 주 집주인으로부터 이사를 가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장기임대 아파트 사업자 중 한 곳인 단커공위와 1년간 임대 계약을 맺고 임대료를 완납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집주인은 집세를 받지 못했다. 집주인과 세입자 사이에서 중계역할을 하는 주택 임대 플랫폼 사업자가 파산 직전에 몰리면서 임대료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 원인이었다.
중국의 장기임대 아파트 사업 구조는 독특하다. 우선 단커공위 등과 같은 사업자는 아파트 주인으로부터 집을 빌려 젊은 층 트렌드에 맞게 리모델링하고 가전제품·가구까지 구비한 뒤 시중보다 싸게 임대를 내놓는다.
임대는 아파트 전체가 아니라 방마다 세입자를 따로 구한다. 공용 공간은 한 달에 한 번씩 청소와 소독을 서비스해주며 중계 수수료도 없앴다. 대신 이런 아파트에 입주하려면 최소 1년치 임대료를 한꺼번에 내야 한다. 임대 사업자는 목돈이 없는 이들에겐 은행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 지원도 병행했다.
반면 집주인에겐 시장 가격 대비 20~30% 비싼 임대료를 매월 결제하는 방식으로 거래했다. 세입자에게 1년치를 선불로 받은 후 집주인에겐 한 달씩 끊어서 집세를 주는 방식으로 임대 사업자는 수익을 창출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고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임대료는 곤두박질쳤고 임대 사업자들은 휘청거렸다. 매달 수 개~수십 곳의 사업자가 운영을 접었다. 충격은 중소형 사업체에게만 전달되지 않았다. 쯔루, 안쥐커, 단커공위, 관위 등 대형 업체들도 흔들렸다. 이 가운데 단커공위는 1·4분기만 12억위안(약 1999억원)의 손실을 입는 등 최악의 경영난에 봉착했다. 여기다 회사 대표가 중국 정부의 조사를 받고 사임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임대 사업자 경영난이 고스란히 세입자 피해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집주인은 임대 사업자가 '매월'이라고 약속했던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자, 세입자를 내쫓았다. 1년치 임대료를 모두 완납한 세입자지만 억울해도 짐을 꾸릴 수밖에 없었다.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된 후 불똥은 은행이 끄고 있다.
세입자가 단커공위와 임대 계약을 해지하면 은행이 나서서 단커공위로부터 대출금을 반환 받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또 이 기간 동안 세입자에게 대출금 상환 독촉을 하지 않고 2023년 말까지 이자를 받지 않겠다고 했다. 장기임대 아파트발 금융 리스크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단순히 대출 문제만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중국이 공격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유동성 공급을 급격히 늘리면서도 금융 감독은 제대로 실행하지 않아 이런 상황을 부추겼다는 의견이다. 집값을 잡겠다며 급진적 부동산 규제 강화 정책에서 원인을 찾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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