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BP CEO "석유수요 이미 정점..이젠 재생에너지"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20. 5. 30. 16:39



버나드 루니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최고경영자(CEO).

"첫 마이너스 유가..코로나19가 수요피크 앞당겨"
BP 예상보다 10년 이상 단축.."석유수요 감소 가능성 더 커"
"재생에너지 매력 높아져..BP도 발맞춰 변해야" 촉구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글로벌 메이저 석유업체인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의 버나드 루니 최고경영자(CEO)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계기로 석유 수요 정점이 10년 가량 앞당겨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에너지 업계가 추후 많은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석유업체들 역시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월 취임한 루니 CEO는 지난 25일(현지시간) 투자자들과 화상으로 진행한 연례회의에서 “코로나19가 지구촌을 뒤집어놓고 난 뒤 사람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얼마나 취약한지 잘 알게 됐다”며 석유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 석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루니 CEO는 “석유제품에 대한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떨어져 있다.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다. 이전에 경험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규모”라며 지난달 역사상 처음으로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것을 언급했다.

루니 CEO는 지난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가졌던 인터뷰에서도 “석유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기보다는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다. 원유 수요가 이미 정점에 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여행에 대한 수요를 줄이고 재택근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은 앞으로도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BP는 2030년대에나 석유 수요가 정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봤다. 또 그 전까지 향후 10년 간은 원유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 세계 석유 수요 중 절반 이상은 항공·선박·자동차 등 운송용 연료 수요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사람들의 생활패턴이 변하면서 수요 정점도 10년 이상 앞당겨졌다는 게 루니 CEO의 설명이다.

루니 CEO는 투자자들에게 석유에 대한 수요 감소는 자연스럽게 재생가능 에너지에 대한 수요와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수조 달러가 전 세계 에너지 시스템을 바꾸는데 투자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8일 “미국에서 1885년 이후 134년 만에 처음으로 석탄보다 재생가능 에너지가 더 많이 소비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루니 CEO는 ‘BP의 개혁’을 촉구하며 파리기후협정에 따라 설정한 ‘2050년까지 순 탄소배출 제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저(低)탄소 에너지 등 재생에너지 분야에 더 많은 투자를 할 것임을 시사했다. BP는 현재 ‘에너지 재구상(reimagine energy)’이라는 슬로건 아래 탄소 배출을 낮추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루니 CEO는 앞서 FT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는 변해야 한다. 완전히 변해야 한다. 세계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사회가 우리에게 이를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세상이 뒤바뀌고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빨라진 만큼, 회사도 발맞춰 변해야 한다는 게 그의 일관된 견해다.

방성훈 (bang@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