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 세계 경제에 짐만 되네!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중국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자니 치솟는 물가가 부담스러운 진퇴양난에 빠졌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으로 가뜩이나 커지던 소비자물가의 상승 압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으로 더 거세졌다.
반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신종 코로나 사태까지 겹쳐 더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저성장·고물가 현상이 고착화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마저 제기된다.
◇신종 코로나에 경제침체 우려 커지고 물가는 폭등
지표만 놓고 보면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6.1%로 2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반면 물가는 폭등세다. ASF로 돼지고기 값이 급등하면서 지난해 9월까지 3%대를 유지했던 중국 소비자물자지수(CPI)는 11월과 12월 4.5%로 가파르게 올랐다. 중국의 지난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3.0%다.
여기에 이날 발표된 중국 1월 CPI는 8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인 5.4%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인 4.9%를 훨씬 웃돌았다. 춘제(春節·중국의 설)와 신종 코로나 영향이 컸다.
루팅 노무라증권 중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과일·야채·육류 등 식품은 교통 통제 영향으로 대도시에 공급되기 전에 상할 수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먹거리 등 물품을 사재기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안 테크 킨 싱가포르 대화은행(UOB) 이코노미스트도 일반적으로 춘제 연휴가 지나면 물가가 떨어지지만 올해는 공급망이 붕괴한 만큼 물가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글로벌 기관들은 잇따라 중국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하고 있다. 5% 중반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전염병 확산으로 내수시장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신종코로나 中경제에 사스보다 더 치명적
이번 사태는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더 중국 경제에 치명적이다.
당시 두자릿수 고속성장을 해왔던 중국은 이미 세계 2위 경제국으로 성장했고, 최근 몇 년 간 성장세가 꺾이는 추세여서다. 거기다 소비와 서비스 등에 대한 의존도도 과거보다 커졌다.
중국 정부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지난해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대한 소비의 기여도는 70%가 넘는다고 분석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로 인해 서비스업을 비롯한 3차 산업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 GDP에서 3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42%에서 지난해 53.9%로 높아졌다. 2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보다 14.9% 포인트 높다. 춘제 연휴 중국의 대다수 공장은 문을 닫지만, 소비가 늘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올해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문제는 경기 부양을 위한 중국 정부의 유동성 공급이 위안화 가치 하락과 물가 상승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 6일 시중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 포인트 인하해 약 8000억위안(약 133조원)의 자금을 시중에 공급했다. 또 신종 코로나 여파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자 지난 3일 공개시장 운영을 통해 시장에 1조 2000억위안(약 205조원)의 유동성을 투입했다.
◇“일시적 현상일 뿐 본격 스태그플레이션 아냐”
다만 중국의 전체적인 물가가 상승한 것이 아니라 주로 식품 가격만 치솟고 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1월 CPI 지표를 살펴보면 식품 가격은 전년대비 20.6% 폭등한 반면 비식품 가격은 1.6% 오르는데 그쳤다.
생산자물가도 안정적이다. 중국의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PPI)는 0.1%를 기록하며 7개월 만에 마이너스 국면에서 벗어났다. PPI는 원자재와 중간재의 가격, 제품 출고가를 반영하는 만큼 경제 활력을 가장 잘 들여다볼 수 있는 선행지표다.
FT는 “중국이 진정으로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한 건지, 아니면 식품 가격 인상 압력을 받고 있는 건지 의문”이라며 “이 불확실성이 중국 당국을 딜레마에 빠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은 (hao12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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