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계 1위 원유 생산국 된 미국, 중동에서 본격적으로 발 빼나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9. 1. 14. 15:52

 

한겨레

 

미국의 원유생산량이 2010년대 초 시작된 ‘셰일 혁명’에 힘 입어 45년 만에 세계 1위로 올라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대 중동 ‘에너지 의존’이 줄어들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시리아 철군 결정이 상징하듯 미국의 고립주의가 한층 더 심화될 전망이다.

 

미국 에너지정보국(EIA)이 최근 공개한 ‘월간 원유와 천연가스 생산’ 자료를 보면, 2018년 1월부터 10월 현재까지 미국 내 일평균 원유 생산량은 1075.7만배럴을 기록했다. 특히 1월 일평균 생산량은 999.5만배럴이었지만, 10월 생산량은 그보다 15.4% 많은 1153.7만배럴까지 치솟았다.

 

 

장기 추세를 봐도 미국 원유 생산량 급증세는 이목을 끈다. 2000년대 내내 일평균 500만배럴 수준이었던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셰일 혁명 이후인 2013년 746.5만배럴, 2017년 936.0만배럴에 이어, 올해 처음 1000만배럴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14일 미 에너지정보국 자료와 석유업계 추청치 등에 근거해 “2017년 3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뒤를 잇는 3위였다가 지난해 9월 2위 사우디와 1위 러시아를 제치고 세력도를 뒤바꿨다”고 분석했다.

 

이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등의 공통된 예측이기도 하다. 이 기구는 지난해 1월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역대 최고인 하루 1000만배럴를 넘어 사우디를 앞질러 러시아에 근접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파티 비롤 사무국장은 지난 3월 “미국이 늦어도 2019년엔 러시아를 따돌리고 원유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최대 산유국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었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2월 발간한 ‘연간에너지전망(outlook) 2018’에서 “2022년엔 미국이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영국 에너지기업 비피(BP)의 자료를 보면, 원유와 천연가스를 합친 전체 에너지 생산량에선 2014년 미국이 이미 세계 1위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이 같은 ‘혁명적’ 변화가 가능했던 것은 2010년 초 지구촌을 덮친 셰일 혁명 때문이다. 셰일 오일은 혈암(頁岩)이라 불리는 단단한 퇴적층에 매장된 원유로 한동안 채굴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2000년대 초 추출법이 개발된 뒤, 2010년대 들어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의 원유·천연가스 생산이 급증했다. 이 변화를 ‘셰일 혁명’이라 부른다. 실제,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생산된 원유 가운데 70%가 셰일 오일이었다.

 

이 같은 기술혁명은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제질서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올 전망이다. 미국은 1960~70년대 3~4차 중동전쟁으로 원유값이 급등하자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며 미국의 이익에 맞게 중동 정세를 안정화하는 것을 외교정책의 최우선 목표로 삼아 왔다. 그에 따라 1978년 중동전쟁의 도화선이었던 이스라엘과 이집트를 화해시킨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이끌었고, 1991년엔 사담 후세인의 쿠웨이트 침공을 적극 저지한 1차 걸프 전쟁을 주도했다. 그러나 셰일 혁명 이후인 2015년 40년 만에 원유 수출을 허용한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엔 시리아 철군, 아프가니스탄 감군 등의 정책을 쏟아내며 중동에서 한발 빼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