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 구유나 기자 | 2018.10.16 16:19
필리핀이 올해 들어 살인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겪으면서 '스트롱맨'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달 필리핀의 물가상승률은 6.7%(전년 동기 대비)로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9개월 연속 상승세다. 교통요금부터 식료품까지 모든 소비자물가가 상승한데다 정부의 세금 인상과 기후 이상으로 인한 쌀 부족 사태가 겹치면서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피해가 컸다.
경제학자들은 필리핀 경제 성장성은 여전히 강하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올해 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5%로 지난해 2.9%의 두 배 수준이었다.
물가 불안에 두테르테 대통령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다. 2016년 취임 당시 지지율은 90%를 넘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40%대까지 추락했다. 지난달 필리핀 여론조사업체 펄스아시아에 따르면 필리핀 국민의 63%가 인플레이션을 가장 큰 현안으로 꼽았으며, 국민의 절반이 정부의 인플레이션 정책에 반대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인플레이션뿐만 아니라 마약사범에 대한 강경 대응책이 실패했고 신성모독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또 미국과의 동맹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면서까지 친(親)중 정책을 통한 투자 유치에 나섰으나 마닐라 교량 건설 건을 제외하고는 구체적인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두테르테 정부는 민심을 돌리기 위해 내년 유류세 인상안을 잠정 보류했다. 필리핀은 올해 1월부터 인프라 개발 재원 1300억페소(약 2조710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매년 전기세, 유류세, 자동차 소비세 등을 대폭 인상하는 '신규 세제 개혁안'(TRAIN)을 마련했었다. 현재 유류세는 디젤 리터당 2.5페소, 가솔린 리터당 7페소다.
카를로스 도밍게즈 필리핀 재무장관은 최근 "새로운 조치는 내년도 인플레이션 기대치를 낮추고 가계 경제를 조금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것"이라며 "또 일부가 (인플레이션) 상황으로부터 이익을 취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유나 기자 yun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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