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제유가 불지른 사우디.."제재 땐 200弗 넘길 것"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8. 10. 15. 17:51

한국경제

 

[ 김현석 특파원 ]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60) 암살 파문의 불똥이 국제 정치 및 석유 시장 등으로 튀면서 세계 경제 위협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의 압박에 사우디가 원유 공급 중단 등까지 거론하고 나서자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있다. 카슈끄지 암살 의혹은 미국 주재 사우디 언론인 카슈끄지가 지난 2일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 들어간 뒤 살해됐고, 그 배후에는 사우디 실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있다는 의혹이다.

 

 

사우디 외무부는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경제 제재든 정치적 압박이든 어떤 위협이나 음해 시도도 거부한다”며 “어떤 행동(제재)이 이뤄지면 그것보다 더 큰 보복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사우디가 석유 초강대국임을 강조하며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슈끄지 암살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사우디에) 가혹한 처벌’을 가하겠다고 밝힌 뒤 나온 것이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 등은 사우디에 대한 군사무기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CNN방송은 사우디가 이에 대해 석유 수출 중단과 이란과의 화해 등 30여 개 대응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우디 국영방송인 알 아라비야 사장이자 평론가인 투기 알 다킬은 “사우디를 제재하면 유가는 배럴당 200달러 이상으로 치솟고 사우디는 이란에 군(軍)기지를 허용해 중동을 이란에 넘겨줄 것”이라고 위협했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트위터를 통해 “개인적 견해”라고 해명했다.

 

사우디와 미국 간 갈등 구도 속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사우디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이 큰 충격을 받고 있다. 런던 선물거래소(ICE)의 브렌트유 12월물은 15일 개장 직후 1.9% 오른 배럴당 81.87달러까지 올랐다. 또 사우디 리야드증권거래소(타다울)의 종합주가지수는 14일 한때 7%까지 떨어졌다가 3.5% 하락한 채 장을 마쳤다. 카슈끄지가 지난 2일 실종된 이후 9% 하락했다. CNN방송은 리야드 증시의 올해 주가 상승분이 카슈끄지 실종 이후 한꺼번에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필요하다면 사우디에 강경한 행동을 취할 것”이라며 “미국은 원유 부족이 발생해도 상당히 우수한 체력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혹한 처벌’ 발언으로 사우디와의 새로운 갈등이 시작됐다”고 진단했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오는 23일부터 사흘간 수도 리야드에서 여는 ‘미래투자 이니셔티브(FII)’도 개최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빈살만 왕세자는 경제개혁 프로젝트 ‘비전 2030’을 수립, 외국인 투자를 늘리고 민간 부문을 성장시키기 위해 행사 개최를 야심 차게 추진해 왔으나 카슈끄지 피살사건 여파로 불참자가 속출하며 행사 개최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와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가 이미 불참 의사를 밝힌 가운데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CEO, 빌 포드 포드자동차 회장도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부 장관과 리엄 폭스 영국 국제통상부 장관도 불참할 것이란 보도가 나온다. CNN과 CNBC, 뉴욕타임스,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등 언론사들도 취재 계획을 철회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