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 | 2017.06.19 09:16
6월 26일은 1987년 UN이 ‘세계 마약퇴치의 날’로 정한 지 31주년이 되는 날로, 중국이 청조 말기에 아편과 벌인 투쟁을 기념한 것이다.
18세기 말, 영국은 청에서 생사·견직물·차를 대량 수입했으나, 중화사상에 젖은 청은 영국 상품을 거의 수입하지 않았다. 영국은 이에 따른 무역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인도산 아편을 대거 중국에 수출했다. 1806년에 중국이 수입한 아편은 약 27만t이었으나 1838년에는 무려 10배나 폭증했다. 청의 은이 수입대금으로 빠져나가 은본위제인 청의 경제는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더구나 당시 중국의 아편 중독자는 약 400만명으로 인구 4억명의 1% 수준에 달해 국민정신 피폐와 사회 기강 문란은 극에 달했다.
이에 청의 도광제(道光帝, 1782~1850년)는 후베이·후난 지방 총독이었던 린쩌쉬(林則徐, 1785~1850년)에게 “아편 유입을 저지하라”는 특명을 내렸다. 린쩌쉬는 아편 유입 통로인 광둥 지방에서 1700여명의 중국인 아편상을 체포하고 영국 상인 등으로부터 압수한 1395t의 아편을 6월 3일부터 26일까지 소각·폐기함으로써, 6월 26일은 아편 퇴치를 상징하는 날이 됐다. 후에 린쩌쉬는 무고를 당해 파직당했지만, 지금까지도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다.
청나라는 보복에 나선 영국과의 제1차 아편전쟁(1839~1842년)에서 패배해 중국 역사상 최초의 불평등조약이라는 난징조약을 맺고 홍콩 할양, 추가 개항 등을 약속하는 등 굴욕을 당했다. 이후 중국은 청일전쟁(1894~1895년)·중일전쟁(1937~1945년)을 거치면서 열강의 세력 각축장이 돼 반식민지 상태로 전락했다. 중국이 마약을 ‘국난과 국치의 도화선’으로 인식하고 마약사범에 철퇴를 가하는 배경이다.
자국 마약유통 엄격 통제
韓 정부 경각심 가져야
이 같은 뼈아픈 역사를 가진 중국은 아편 1000g, 헤로인·필로폰 50g 이상 밀매·제조 등에 관여한 자에게는 국적을 불문하고 징역 15년~무기징역, 최고 사형으로 엄벌한다. 지금까지 중국인은 물론이고 영국·러시아·일본·필리핀과 한국인 마약사범이 해당국 정부의 선처 요청에도 불구하고 사형을 당했다.
중국에서는 2016년 말까지 마약 복용자로 등록된 사람은 250여만명이었으나, 인터넷을 통한 마약 거래로 미성년 투약자가 증가하고 투약 계층이 배우·가수 등 연예인, 직장인뿐 아니라 농민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실제 투약자는 15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편전쟁 때와 비슷한 100명당 1명 이상이 마약에 취해 있다는 이야기다. 한 화학과 교수가 수억원대 필로폰을 만들어 팔다 검거돼 중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중국은 2017~2019년을 ‘마약·매춘·보이스피싱, 경제범죄와의 전쟁’ 기간으로 선포하고, 타이·미얀마·라오스로 이어지는 황금의 삼각지대와 중·북 접경 등 마약 취약 지역과 공·항만 검문·검색 강화를 위해 군경 인력을 대폭 보강했다.
그러나 한국인 마약사범은 중국의 경고도 무시하는 것일까. 2001년부터 지금까지 5명 이상이 사형됐지만, 2016년 10월 말 기준 중국 교도시설 내 한국인 수감자 279명 중, 범죄 종류별로는 마약이 34%에 해당하는 95명으로 제일 많고 사기 68명, 밀수 22명, 살인 13명순이다.
한국은 차제에 한국인 대상으로 마약 예방 홍보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일부 국민이 범죄조직의 무료 해외여행 제공 등에 현혹돼 마약이 은닉된 물건을 운반하거나, 입국 시에 관세직원이 서 있는 관세선을 지나기 전에 ‘문제가 있는 짐’을 대신 들어달라고 하는 ‘대리 운반’ 사건에 연루되지 않도록 계도해야 함은 물론이다. 해외 유흥업소나 관광지에서 주는 마약류 흡입 또한 엄금토록 해야 한다. 마약범죄 형량이 한국보다 10배 이상 강한 중국에서 걸렸다간 끝이므로.
[문유근 매일경제 중국연구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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