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글로벌 채권시장 '사면초가'..美금리인상·유가 상승 직격탄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6. 12. 13. 09:40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 트럼프發 인플레이션, FRB 금리인상 공세 전망…유가 상승도 인플레 자극

 

국제 채권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금리인상 공세 전망에 이어 국제유가 반등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사면초가에 몰린 채권시장이 국제유가 상승으로 새로운 압력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이날 한때 2014년 말 이후 2년 만에 처음으로 2.5%를 웃돌았다. 1년 저점은 1.32%다. 1년 새 국채 가격이 그만큼 하락했다는 말이다.

 

국채 금리 상승세는 지난 11월8일 미국 대선 이후 두드러졌다. 대선 당일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1.87%에 불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재정부양 공약이 금리 상승을 부추겼다. 트럼프는 법인세를 낮추고 기반시설 투자를 확대하는 내용의 친성장정책을 제안했다.

 

트럼프 정부가 대규모 재정부양에 나서려면 국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국채 발행량 증가는 국채 가격 하락, 곧 국채 금리 상승 요인이 된다. 재정부양으로 미국의 성장세에 힘이 실리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FRB의 금리인상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인플레이션 수준이 높아지면 그 자체로 채권시장에 악재가 된다. 인플레이션으로 화폐 가치가 하락하면 채권이 보장하는 고정수익의 명목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추기 위한 FRB의 금리인상 역시 채권 금리의 상승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국제유가 반등은 인플레이션 압력을 더 가중시킨다.

 

WSJ는 국제유가가 크게 오른 게 이날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유럽에서도 10년 만기 독일 국채 금리가 지난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지난 주말 러시아 등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속하지 않은 산유국들이 OPEC의 산유량 감축에 동참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에 이날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가 4%가량 올랐다. 시장에선 현재 배럴당 50달러 중반인 국제유가가 곧 60달러, 심지어 70달러 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WSJ는 유가 상승에 채권시장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한 건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유가는 원래 변동성이 커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이 단기적이라는 것이다. 신문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라 한 방향으로 움직이던 채권시장에 유가가 반격을 가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채권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완화정책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다. 중앙은행들의 초저금리 정책과 채권 매입 프로그램(양적완화)은 채권 가격을 띄어 올리고 금리를 끌어 내렸다. 씨티그룹에 따르면 GDP(국내총생산) 가중치를 반영한 선진국의 평균 정책금리는 2007년 8월 이후 약 3.8%포인트 하락했다.

 

그러나 채권시장에서는 이제 경기부양을 위한 중앙은행의 통화완화정책을 당연시 할 수 없게 됐다. 당장 FRB는 올해 마지막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끝나는 14일에 1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에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양적완화 시한을 내년 3월에서 같은 해 12월로 연장하되 내년 4월부터 월간 자산매입 규모를 800억유로에서 600억유로로 줄이기로 했다. 일본은행(BOJ)에서도 부양책 축소 가능성이 제기된다.

 

WSJ는 장기국채를 떠받쳐온 중앙은행의 지지력이 약해지면서 유가를 비롯한 다른 변수들의 채권시장 영향력이 부쩍 커지게 됐다고 진단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