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셰일에 3조 투자한 롯데..잔칫날 웃지 못했다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6. 6. 15. 09:58

이데일리 | 안승찬 | 2016.06.15 09:00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공장(에탄크레커)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안승찬 특파원)

[레이크찰스(美루이지애나)=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1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공장(에탄크레커) 기공식이 열렸다. 올해로 40년 주년을 맞은 롯데케미칼이 지난 4년간 준비한 프로젝트가 결실을 보는 ‘잔칫날’이다.

롯데케미칼이 미국에 에틸렌 공장을 세운 건 기존의 사업구조를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

 

에틸렌은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를 만드는 석유화학사업의 기본이 되는 물질이다. 에틸렌은 원유 정제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나프타를 이용해 주로 생산한다.

 

하지만 국제 유가가 상승하고 나프타 가격이 뛰면 생산 아래 단계에 있는 에틸렌의 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에틸렌 업체들은 나프타의 의존도를 줄이는 게 당면 과제다.

 

정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나프타 대신 천연가스에서 직접 에틸렌을 생산하면 유가나 나프타의 가격 변동에서 벗어날 수 있고 사업 구조가 안정화되는 효과가 있다. 국내 에틸렌 1위 사업자인 롯데케미칼이 미국의 셰일가스를 주목한 이유다.

 

이번 프로젝트를 주도한 정승원 롯데케미칼 상무는 “나프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산유국과 함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자연스럽게 미국의 셰일가스로 눈을 돌리게 됐다”면서 “셰일가스를 이용해 에틸렌을 생산하면 원가를 절반 이하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 하반기부터 롯데케미칼의 미국 공장이 가동하면 롯데의 에틸렌 생산량은 현재 연간 292만톤에서 382만톤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에틸렌 생산규모 순위도 세계 15위에서 10위 수준으로 올라선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열린 롯데케미칼의 에틸렌 생산공장(에탄크레커) 기공식 모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오른쪽에서 두번째)과 안호영 주미대사(오른쪽에서 세번째), 제이 달덴 루이지애나 행정부 장관(오른쪽) 등이 참석했다. (사진=안승찬 특파원)

롯데케미칼이 미국 시장에 혼자 진출하기는 건 무리였다. 미국의 액시올이라는 회사를 파트너로 삼았다. 액시올은 PVC(폴리염화비닐) 건축용 자재를 생산하는 미국의 석유화학기업이다. 롯데케미칼과 액시올의 지분율은 9대1이다. 다만, 액시올에게 상업생산 이후 3년 이내에 합작사 지분율을 50%로 높일 수 있는 옵션을 줬다.

롯데는 에틸렌 공장만 짓는 게 아니다. 생산된 에틸렌으로 합성섬유와 페트병 등의 원료로 쓰이는 EG(에틸렌글리콜)를 생산할 수 있는 EG 공장도 미국에 건설한다. EG 공장은 일본의 미쓰비시상사가 30% 지분을 투자할 예정이다. 롯데는 미국 에틸렌 공장과 EG 공장을 합쳐 총 3조900억원을 투자한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미국에서의 에틸렌을 만드는 에탄크래커 합작사업은 롯데케미칼이 세계적인 종합화학회사로 도약하는 중요한 계기”라며 “롯데케미칼이 롯데그룹의 중요한 축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비리 수사로 이날 행사는 다소 빛이 바랬다.

 

주공인인 허수영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는 검찰의 출국금지 조치로 기공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허 대표는 합작 파트너사인 액시올측에 “아주 개인적인 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양해를 구했다.

 

롯데는 합작 파트너사인 미국 석유화학회사 액시올을 아예 인수하려던 계획도 검찰 수사로 막판에 접었다. 액시올은 롯데와 인수 경합을 벌이던 미국의 웨스트레이크로 넘어갔다. 만약 액시올을 인수했다면 롯데는 LG화학과 한화가 장악한 국내 PVC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다. 롯데 관계자는 “다시 없는 기회였는데,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