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 실정(失政)이 바꾼 정치 지형..해외도 마찬가지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6. 4. 14. 18:46

조선비즈 | 양이랑 기자 | 2016.04.14 17:01

 

대만 첫 여성 총통으로 당선된 차이잉원./출처=차이잉원 페이스북

올 1월 대만, 지난해 캐나다·폴란드 등 ‘경제 실정’이 정권 바꿔

 

새누리당의 총선 대패는 높은 청년 실업률(12.5%)과 거대하게 부푼 가계부채(1200조원대) 등 경제 성과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전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속에, 장기간 집권한 여당이 경제 실책을 이유로 의회 다수석을 내준 사례는 최근 해외에서도 빈번히 목격된다.

 

◆ 대만, 8년 간의 경제 실정에 총통(대통령), 의회 모두 교체

 

대만에서는 지난 1월 치러진 대만 총통(대통령) 및 입법위원(국회의원) 동시 선거에서 야당이었던 민진당의 차이잉원 주석이 총통으로 당선됨과 동시에, 민진당이 60%의 의석을 확보하며 8년 만의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2014년 지방선거 압승에 이은 민진당의 승리 행진이 지속됐다.

 

이번에 실권한 국민당은 앞서 2000년에도 정권을 잃었다가 2008년 재집권했지만 이번엔 그 때보단 상황이 심각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년에는 당시 민진당의 천수이볜 후보의 개인적인 지지도가 높았을 뿐, 의회에서는 국민당이 여전히 다수 의석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엔 정권과 의회를 모두 민진당에 내주게 된 것이다.

 

전격적인 정권 교체가 이뤄진 주요 이유로는 현 마잉주(馬英九) 정부의 ‘경제 실정(失政)’이 꼽힌다. 친(親) 중국 정책으로 중국과의 경제 협력 규모가 크게 확대됐음에도, 이 혜택이 대기업과 부유층에 독점되는 '양극화'가 발생하면서 유권자들이 등을 돌린 것이다. 지난 2008~2015년 대만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연평균 2.85%였음에도, 임금 인상률은 0.81%에 그쳤다. 이 와중에 집값은 지난 10년 간 두 배 이상 올랐다.

 

게다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가 가까워진 상태에서 중국의 성장이 둔화되며 대만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중반~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까지 연평균 5% 이상이었다가 2011년부터 3∼4%대로 떨어졌다. 청년층의 분노는 폭발했다. 2014년 3월 대만 대학생들은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비준에 반발, 입법원 본회의장에서 장기 점거농성을 벌였다.

 

차이잉원 총통 당선자는 오는 5월20일 취임하기 때문에 마잉주 총통은 현재 여소야대의 의회를 이끌고 있다.

 

◆ 유가하락에 ‘경제 휘청’ 캐나다... 자유당이 10년 만에 재집권

 

지난해 10월 열린 캐나다 총선에서는 43세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진보 성향의 제2 야당 자유당이 전체 하원 선거구 338곳 가운데 184곳에서 승리하며 10년 만에 정권을 잡았다. 자유당은 2011년 선거에서 34석을 얻는 데 그쳤지만 그 때와 비교해 무려 5배 이상의 의석을 거머쥐며 보수당의 장기 집권을 끝냈다. 집권 보수당은 99석을 얻어 제1야당이 됐고, 신민주당은 44석으로 제1야당에서 제2야당으로 위상이 낮아졌다.

 

스티븐 하퍼 전 총리가 이끈 보수당은 대기업 중심의 감세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 가혹한 이민 정책 등으로 유권자들로부터 인기를 잃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티븐 하퍼가 이끌던 보수당은 친 대기업 정책을 편다는 비난을 받았다”며 “경제 살리기를 기대하며 보수당에 투표한 유권자들은 경기가 나아지지 않자 지쳐갔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의 전체 수출에서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달한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제 유가 급락으로 캐나다 경제는 휘청했다. 선거 직전 캐나다의 소득 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65%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WSJ는 "자유당이 중산층 공략에 승부수를 띄운 덕에 승리했다"고 분석했다. 자유당은 연소득 상위 1%에 대한 부자 증세, 재정 확대를 통한 사회 복지 및 사회 인프라 투자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 폴란드, 보수당 8년 만에 정권 탈환

 

지난해 10월 폴란드총선에서는 보수 성향의 법과 정의당(PiS)이 중도성향 집권당 시민 강령(PO)을 누르고 8년 만에 정권을 탈환했다. 전세계 각국 선거에서 장기 집권 여당이 패배하고 정권이 교체된 연장선 상에 있는 셈이다.

 

폴란드의 정치 지형을 바꾼 주 원인은 지역 경제 불균형이다. 폴란드는 전체적인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큰 문제가 없지만, 수도 바르샤바를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 지역은 빈곤에 허덕이고 있다. 지난 2015년 기준 폴란드 근로자 5분의 1의 월 평균 임금이 720달러(약 81만원)을 넘지 못했다.

 

법과 정의당은 집권당 시민강령의 고위 관료들이 호화로운 음식을 대접 받으며 사익을 편취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재정 지출이 제대로 쓰였는지 검증하겠다면서 ‘정권 심판론’을 들고 나왔다. 아울러 잘못 쓰인 예산은 육아 노후 연금 등 복지 지출 확대에 쓰고 , 부족한 세수는 외국계 금융기관에 대한 은행세(0.39%)와 까르푸 등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과세로 충당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