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 김신회 기자 | 2016.01.18 08:35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지난해 2560억달러 순유입 4년째 사상 최대…자산운용 수수료 인하 압력 커질 듯 ]
패시브펀드 대표주자인 뱅가드가 지난해 2560억달러의 자산을 끌어모아 4년 연속 사상 최대 자본 순유입 기록을 세웠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은 국제유가 급락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의 혼란 속에 자산운용업계가 고전한 가운데 거둔 성과라고 평가했다.
뱅가드에는 지난해 업계 최대이자 사상 최대인 2560억달러가 순유입됐다. 역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운 2014년에 비해 5.3% 늘었다. 이로써 지난 5년간 뱅가드에 순유입된 자본은 1조달러에 이른다. 같은 기간 헤지펀드업계에 흘러든 전체 자본의 2배가 넘는다.
핌코, 프랭클린템플턴, M&G, 애버딘 등 자산운용업계 경쟁사들은 지난해 모두 부진한 실적으로 자본이 순유출돼 운용자산이 줄었다. 특히 헤지펀드들은 2010년 이후 줄곧 주식과 채권 투자에서 시장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실적을 냈다. 헤지펀드 정보업체인 HFR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헤지펀드에 순유입된 자본은 3460억달러에 불과했다.
1975년에 설립된 뱅가드는 최근 강력한 투자 수요에 힘입어 자산운용업계에서 블랙록 다음 가는 2인자로 부상했다. 운용자산이 3조4000억달러에 이른다. 뱅가드가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던 건 패시브 투자전략에 따른 것이다. 패시브펀드는 말 그대로 수동적(패시브)으로 시장지수(인덱스)를 따라간다. 그래서 인덱스펀드라고도 한다. 시장 평균 정도의 수익률을 추구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싸고 안정적이다.
이에 반해 액티브펀드는 적극적인(액티브) 투자 전략을 구사한다. '족집게'로 불리는 유력 펀드매니저들이 유망한 주식이나 채권 종목을 꼽아주고 막대한 수수료를 챙긴다. 대박 기대감이 큰 만큼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최근 투자성적이 형편없는 펀드들이 대부분 액티브펀드다.
벤 존슨 모닝스타 글로벌 ETF(상장지수펀드) 리서치 부문 책임자는 "뱅가드가 자산운용업계에 지구 중력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경쟁사들이 고객에게 부과하는 수수료에도 의미있는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뱅가드의 선전이 수수료 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빌 맥냅 뱅가드 회장 겸 CEO(최고경영자)는 "향후 10년간 자산 수익률이 장기적으로 역사적 평균치를 밑돌 것"이라며 "투자비용을 최소화하는 게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1975년부터 저비용 투자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며 "우리는 수수료를 낮추며 투자자들의 이익에 맞춰 움직이려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수수료를 최소화해 투자자들이 성공할 가능성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FT는 뱅가드가 액티브펀드의 실패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에 반사이익을 누렸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패시브펀드인 ETF가 지난 2년간 사상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한 것도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루크 몽고메리 번스타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액티브펀드들이 2014년에 사상 최악의 해를 보내면서 지난해 ETF의 성장을 촉진했다"며 "지수를 추종하는 ETF는 이해하기 쉬워 재무설계사와 개인 투자자들이 좋아한다"고 말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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