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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1월 20일 오전 10:38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2. 11. 20. 10:38

<환란 후폭풍에 성장·분배·고용 `복합골절'>
"저성장 국면 벗어나려면 생산성 향상이 우선"

연합뉴스 | 입력 2012.11.20 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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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고유선 고은지 기자 = 유수의 대기업들이 맥없이 무너지고 멀쩡한 가계를 파탄시킨 `외환위기'를 맞은 지 15년이 흘렀다.

그동안 위기의 수렁에서 빠르게 벗어나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를 맞았고 외화보유액을 16배 가까이 늘리는 등 안전망도 확충했다.

그러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양극화 심화, 고용 질 악화와 같은 각종 부작용이 나타났다.

최근에는 세계 경기침체로 소비 둔화, 투자 감소 등 악재가 겹친 탓에 우리 경제의 잠재력이 절반으로 떨어졌다.

◇15년 전 `IMF 신탁통치'

1997년 11월 16일.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극비리에 방한했다. 우리나라의 구제금융 신청 방안을 논의하려는 목적에서다.

사흘 뒤 강경식 당시 경제부총리가 경질되고, 그 자리에 임창렬 부총리가 앉았다. 불과 이틀이 지난 11월21일에는 우리가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IMF 실사단은 구제금융 신청 직후 실사단을 파견, 우리 정부와 350억달러 지원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맺었다.

당시 언론에선 구제금융 신청을 두고 "IMF의 `경제 신탁통치(信託統治) 시대'가 열렸다"며 결국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구제금융 신청은 한보를 필두로 삼미, 기아, 해태, 뉴코아, 한라 등 굴지의 재벌 그룹이 쓰러지고서 이뤄졌다.

제15대 대선을 마치고 난 12월23일, 환율은 달러당 2천원을 돌파했다. 이러다 곧 나라가 망하는 게 아니냐는 비관론이 팽배했다.

외환위기는 우리나라의 경제구조를 뒤바꿔놨다. 대기업은 `차입경영'의 구태를 벗으려고 부채비율을 대폭 낮춰야 했다.

종금사와 은행은 줄줄이 문을 닫았고, 국내 금융시장은 외국 자본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직장에선 대규모 구조조정이 단행됐다. 비정규직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정부는 과로사의 산업재해 보험금 신청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발표했다. 언제 직장을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처지에 스트레스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됐다.

1998년 서울역 앞 등지에 나앉은 노숙인의 60%가 외환위기 이후 실직하거나 일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이라는 통계도 나왔다.

◇ 환란 후폭풍에 성장ㆍ분배ㆍ고용 `복합골절'

최악의 상황 속에서 우리 국민은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이며 한마음으로 위기를 극복했지만 `IMF 외환위기' 이후 경제 모습은 그리 건강하지 못했다.

경제가 무리 없이 달리는 힘을 의미하는 잠재성장률은 반 토막이 났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예측한 올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3.7%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IMFㆍ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 당시 잠재성장률을 3.8%로 전망했다.

1991~2000년 잠재성장률 6.1%의 절반 수준으로 급락한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2000년 이후 2007년까지 4%대를 유지하다가 2009년 3.9%로 떨어졌고 2010년 4.0%로 반짝 반등했지만 1년 뒤 3.8%로 다시 내려앉았다.

다른 경제지표들도 부진하긴 마찬가지다.

외환위기의 한복판에 있던 1998년 7.0%까지 치솟았던 실업률은 올해 1~10월 평균 3.3%로 내려앉았지만, 20~29세 청년 실업률은 7.6%로 2000년 초반과 비슷한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호황 속에서 외환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며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에 진입한 사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되레 심해졌다.

소득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인 지니계수는 시장소득 기준 1997년 0.264에서 2011년 0.313으로 올랐다. 지니계수는 0에서 1사이 값을 가지며 수치가 높을수록 불평등도가 높다는 의미다.

소득5분위배율은 3.97에서 5.96으로 증가해 소득계층 상위 20%와 하위 20% 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음을 보여줬다.

소득수준별로 나열한다고 봤을 때 중간 수준에 못 미치는 인구 비중을 뜻하는 상대적 빈곤율은 8.7에서 15.0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외환위기 이후 민간소비와 투자는 조금씩 회복하는 추세를 보였지만 세계 불황이 닥친 탓에 다시 고꾸라졌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1997년 4.0%에서 1998년 -12.5%로 떨어졌다가 1999년 11.9%로 회복했다. 이후 카드사태 직후인 2003년(-0.4%)을 제외하면 증가세를 유지했지만, 올해 들어 1분기 1.0%, 2분기 0.4%, 3분기 0.6% 등 정체상태에 빠졌다.

외환위기를 교훈 삼아 외화보유액이 많이 늘어난 점은 긍정적이다.

지난 10월 기준 외화보유액은 3천234억달러로 1997년 204억달러보다 16배가량 늘었다.

그러나 증권시장에서의 외국인 투자비중이 여전히 높아 안심하기는 어렵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지난 8월 기준 33.8%, 채권시장에서의 비중은 6.9%에 달했다.

◇ 경제 동력 상실…반등 위해선 생산성 높여야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최근의 경기침체에서 `V자형' 반등으로 높은 성장세를 회복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전망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수석연구위원은 "저성장은 받아들여야 할 명제다"고 진단했다.

이런 전망은 미국과 중국 경기침체,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등 갖가지 대외 악재들이 버티고 있는데다 국내 경제 활력도 바닥을 치면서 성장세 회복의 밑거름을 마련하지 못한 탓에 나온다.

정부는 침체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자 올해만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기준금리를 내려 시장에 돈을 풀었다.

그 결과 기준금리는 올해 6월 3.25%에서 10월 2.75%로 0.50%포인트 낮아졌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 12월30일 27.15%까지 올라갔던 콜금리는 이달 16일 2.75%로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직전 두자릿수였던 예금은행의 저축성 수신 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올해 9월 3.18%로 떨어졌다. 대출 평균금리 또한 5.13%로 낮아져 4%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 돈이 돌지 않는다는 지적은 여전하다.

대표적인 경제활력 지표인 통화유통속도는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 3분기에 1.04였지만 이듬해 3분기에 0.80으로 떨어졌다. 이후에는 0.70에서 0.88 사이를 오가다 올해 2분기에는 0.71을 기록했다.

통화유통 속도는 일정 기간에 통화 한 단위가 거래에 사용되는 횟수다. 속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돈이 제대로 돌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경제 활력 저하를 막고 저성장 국면을 벗어나려면 차기 정부가 힘써야 할 과제로 생산성 향상을 꼽았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경제 성장을 위해서는 수출과 내수 모두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실장은 "그러려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서비스업이나 중소기업 부문을 키워야 한다. 국내 시장이 작아서 `서비스산업의 수출산업화', `중소기업의 글로벌화'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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