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유재동 특파원
애플이 19일(현지시간) 미국 상장기업 최초로 시가총액 2조 달러를 돌파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오전 한 때 전날보다 1.4% 오른 468.65달러까지 올라 시총 2조 달러 고지를 돌파했다. 다만 오후 들어 주가가 다소 빠지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2조 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애플 시총은 1976년 창사 이래 42년 만인 2018년 8월에 꿈의 1조 달러를 돌파했다. 그런데 그 후 2조 달러에 이르기까지는 불과 2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심지어 올 3월 중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의 여파로 애플은 시총이 도로 1조 달러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그 후 21주 만에 시총이 다시 두 배로 불어났다.
애플이 가장 선두에 나서 2조 달러 고지를 정복하긴 했지만 미국의 다른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주가도 요즘 현기증이 날 정도로 빠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 아마존은 주가가 올 들어 76.4% 급등하면서 시총이 1조6300억 달러까지 불었다. 애플과 아마존에 마이크로소프트(1조5900억 달러),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1조 500억 달러), 페이스북(7480억 달러) 등 거대 IT기업 ‘빅 5’를 모두 합치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전체 시총(7월말 기준)의 25%에 이르는 수치다. 4년 전에는 이 지수에서 ‘빅 5’의 시총 비중이 12%에 불과했다. 외신들은 “한 업종에서 이렇게 증시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사례는 보기 드문 일”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애플 등 테크기업들의 질주는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소비자들의 IT 기술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스마트폰 이용 시간이 늘고, 온라인쇼핑과 소셜미디어의 사용량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의 일반화로 컴퓨터와 태블릿PC에 대한 수요도 급증세다. 이런 유리한 환경 덕에 애플·아마존·알파벳·페이스북은 지난달 말에 일제히 월가의 실적 전망치를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반면 IT를 제외한 산업, 특히 일반 소매업체와 의류·유통업체들은 줄줄이 수익성이 감소하고 도산 위기에 빠지면서 산업간 양극화가 심화되는 추세다. 뉴욕대의 토마스 필리폰 금융학 교수는 “코로나19야말로 이들 테크기업에게 아주 긍정적인 ‘퍼펙트 스톰’이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도 “애플이 지난 2년 동안 이렇다할 신사업을 한 것도 아닌데 시총이 두 배로 증가한 것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며 “코로나19로 많은 기업들이 생존의 위기를 겪는 와중에 테크기업들은 막대한 부와 영향력을 쌓아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의 실적과 주가상승에 대해서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면서 경쟁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거나 협력·입점업체에 ‘갑질’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 의회는 지난달 29일 애플과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의 최고경영자(CEO)들을 한꺼번에 소집해 “독점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가해야 한다”고 난타하기도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경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금부자 애플은 왜 회사채를 찍나 (0) | 2020.08.22 |
---|---|
테슬라 첫 2000달러 돌파..월가는 'MAGAT 시대' (0) | 2020.08.21 |
헤알·랜드·리라 폭락.."내년까지 회복 어려울 것" (0) | 2020.08.19 |
테슬라 주가 11% 폭등..시총, P&G 넘어 월마트 위협 (0) | 2020.08.18 |
'금 회의론자' 버핏도 결국 '골드'에 투자했다 (0) | 2020.08.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