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밀 경작농들, 중동 수출길 막힐까 걱정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20. 1. 8. 03:12

 

이참에 밀 농사짓는 지역에 과자 공장이라도 만드세요.

장기간 보관할 수 있고 부가 가치도 높고 고용효과도 굉장할거예요.

 

 

 

박지현 기자

 

미국 농민들이 이번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고위 장성 드론 암살 승인 후폭풍에 시달릴 전망이다. 중국과 무역전쟁으로 옥수수 수출에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미 농민들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의 반미 정서가 확산되면서 중동지역으로의 밀 수출을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속단할 수는 없지만 미 농민들은 빠르게 점유율을 키우고 있던 중동 밀 시장에서 대규모 손실을 각오해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이 드론 공격으로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 쿠드스군 사령관을 살해한데 따른 보복으로 미 밀 경작농들 사이에 중동시장을 잃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중동시장은 이번 밀 수확시기인 2019~2020년 밀 1730만t을 외국에서 수입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미국산의 비중이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중동시장은 동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를 제외한 최대 밀 시장으로 미국의 시장점유율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었다.

 

미 국제교역위원회(ITC)에 따르면 2018년 미국의 대중동 밀 수출 규모는 160만t 수준이었다. 아직 규모는 작지만 시장 자체가 큰데다 미국산 비중이 점차 확대되던 상황이어서 미 농민들이 거는 기대는 컸다. 특히 이란의 영향력이 큰 이라크와 예멘은 중동에서도 미국 밀 수입의 큰 손이었다.

 

그러나 이란 장성 살해 사건으로 이같은 분위기는 급반전할 위험에 처하게 됐다. 지난해 10월까지 미국산 밀 47만t을 수입한 이라크는 이번 공격을 이라크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자국내 미군 추방을 결의했다. 트럼프가 미군 추방이 현실화하면 '전례없는' 보복에 나서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어 현실화할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미국에 대한 감정이 이전보다 악화한 것만은 틀림없다.

 

게다가 미 농민들은 인근 뉴질랜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호주 대형 산불과 올해 달러 약세를 발판으로 밀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고 있었지만 이란과 갑작스레 불거진 갈등이 이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다.

 

미 농민들은 밀 주요 생산국 가운데 하나인 호주가 대형 산불로 작황에 타격을 입고 수출도 어려울 것이어서 그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했다. 또 달러 약세는 미 밀 수출가격 경쟁력을 높여주고, 중개인들의 미 상품 수요 확대를 불러 밀 가격 상승을 부추길 것으로 기대해왔다.

 

그러나 3일 이란 장성 암살 뒤 분위기는 달라졌다. 불안감이 높아지면서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가 뛰었고, 이때문에 선물시장에서는 밀을 포함한 미 상품에서 달러와 금 등 안전자산으로 돈이 이동했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센트럴스테이츠커머더티즈의 제이슨 브리트 사장은 미 공습 뉴스는 대신 투자자들을 달러와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밀어넣었다면서 미국과 이란간 갈등확산에 따른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달러 강세 흐름을 더 강화하고 밀 수요도 더 줄어들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습 이전만 해도 상승세를 타며 지난해 여름 이후 최고 수준인 부셸당 5.60달러까지 올랐던 밀은 공습 이후 약세로 돌아서 이틀간 2.2% 급락한 5.50달러로 하락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밀 수출 농민들은 운송비 상승분까지 부담하게 생겼다. 미국의 공습으로 걸프해역 항해 위험부담이 높아지면서 제프리스 선박운임료 지수는 2.4% 뛰었다. 한편 중국과 무역갈등에 따른 대중 옥수수 수출 급감, 작황악화 등이 겹쳐 지난해 미 농민 파산 규모는 사상최대를 기록한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