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日은행들이 '치매' 공부하는 이유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20. 1. 3. 13:01

참!

대단한 근성이네요.

 

마치 허를 찔린 기분이 듭니다.

우리도 본받아야 될 것 같아요.

 

임소연 기자

 

일본 금융권이 '노인'에 대한 공부에 힘 쏟고 있다. 노인 인구비율 28.5%로 세계에서 가장 나이든 나라가 되면서 노인에 대한 이해와 준비 없이는 업계가 존속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급격한 고령화로 일본 금융권은 특히 '치매 환자' 고객 응대라는 새로운 숙제를 안게 됐다. 치매 노인 고객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금융사기로부터 이들의 자산을 지켜낼 전략이 필요해졌다.

 

1일(현지시간) 닛케이아시안리뷰에 따르면 2018년 금융사기 피해자 78%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현재 일본 내 개인 금융자산 총 1800조 엔(1경8000조 원) 중 50%를 65세 이상 인구가 보유 중인데, 전문가들은 2030년에는 치매 환자가 보유한 금융자산이 200조 엔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금융사기에 대한 노인들 불안이 커질수록 금융업계는 노인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가뜩이나 일본인들은 은행 예금보다 현금 보유에 대한 선호가 높다. 2017년 기준 일본 내 '장롱 예금' 규모는 43조 엔을 웃돌고, 같은 해 고독사 한 노인들이 남기고 간 현금 뭉치 액수만 117억 엔에 달했다.

 

독립적인 판단이 어려워지는 치매 환자 고객에겐 상품 판매 자체도 힘들 수 있다. 이에 일본 은행들은 직원 대상으로는 노인 교육을, 노인 대상으로는 후견인 서비스 등을 확충하고 있다.

 

몸집이 커 변화가 더딘 대형 은행보다 지방 은행이 더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 전역 중소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신킨은행은 고객 70% 이상이 65세 이상이다. 은행은 직원 1700여 명이 치매를 앓는 고객에 익숙해지도록 의무 교육을 시행 중이다. 또 전국 91개 지점에서 창구 높이를 낮춰 노인들이 앉아 면대면 상담을 받게끔 했다.

 

신킨은행 교토지점에선 노인 고객들에게 공공간호 보험시스템에 대한 강의를 제공한다. 음악 치료나 꽃꽂이, 뜨개질 교실 등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노인 고객을 유인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방은행인 히로시마은행도 직원들에게 노인을 상대로 상품을 설명하고, 치매 징후를 발견하는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시행 중이다. 노인 고객들을 위해서는 대출과 부동산 기획, 재정 관리 등을 제공하는 후견인 서비스를 내놓았다. 이 서비스는 히로시마은행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대형 금융그룹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자회사 미즈호트러스트앤뱅킹도 치매 환자 고객을 위한 대리 계좌관리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은 고객이 치매 진단을 받았을 경우 계좌를 집중감독하고 고객을 대신해 고정 이체업무 등을 처리한다. 오픈 뱅킹 데이터를 토대로 노인의 지출 패턴을 분석하고, 분석을 토대로 비정상적인 지출을 감지해 노인 고객의 가족에게 ‘사기 피해’ 가능성을 알린다.

 

일본우정주식회사 자료에 따르면 2040년에는 55세 이상 중장년 인구가 일본 총 개인 금융자산의 78%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주호트러스트앤뱅킹 관계자는 '고령화로 인해 노인 보유 자산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며 '금융 서비스는 건강 상태와 자산, 가족 관계가 제각각인 노인 고객에 맞춰 응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임소연 기자 goatlim@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