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중앙은행 총재들 "무역전쟁, 인플레보다 디플레 걱정"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8. 4. 23. 11:12

머니투데이 | 김신회 기자 | 2018.04.23 10:39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이 무역전쟁의 진짜 위험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이라고 경고했다. 관세폭탄 주고받기가 단기적으로 수입 물가를 띄어 올려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겠지만, 그보다는 물가상승에 따른 소비 둔화가 디플레이션을 초래하는 게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물가가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은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하는 일본 장기불황의 배경이 됐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중앙은행 총재들은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에서 비롯된 무역전쟁 위험을 경계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주요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이 21일(현지시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한 주요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들이 21일(현지시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블룸버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는 "(무역전쟁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며 "세계 무역과 경제가 마침내 안정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마당에 (보호무역주의는)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후안 호세 에차바리아 콜롬비아 중앙은행 총재는 "보호무역 소용돌이가 경제 성장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세계 경제 성장에 재앙이 될 것이다. 1930년대에 배운 교훈은 모든 나라가 관세를 올리기 시작하면 경제가 침체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즈 발도비노스 파라과이 중앙은행 총재도 "(무역전쟁은) 모두에게 해롭다"고 거들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촉발했다. 두 나라가 관세폭탄을 주고받으면 수입물가가 오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 중앙은행이 통화긴축 속도를 높이기 쉽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금리인상 속도를 높이면 세계 경제 및 금융시장도 후폭풍을 피하기 어렵다.

 

중앙은행 총재들은 그러나 공동 선언문에서 무역전쟁이 단기적으로 물가상승 압력을 높이면 장기적으로는 소비가 둔화해 물가하락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 성장세가 강해져도 잠재적인 무역전쟁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을 상쇄하긴 역부족일 것으로 봤다.

 

알레한드로 베르네르 IMF 서반구 담당 국장은 "관세 부과로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경기침체는 언제나 물가에 상당한 하방성향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 기준보다 더 느슨한 통화정책을 예상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은행들의 통화긴축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블룸버그는 무역전쟁 위험이 아직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의 긴축 행보를 멈추지 못했지만 1분기 성장률이 완만해질 조짐을 보이면서 영란은행(ECB)과 유럽중앙은행(ECB) 등의 경계감이 커지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연준이 최근 공개한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서도 상당수 위원들이 무역갈등에 따른 하방위험을 경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이 통화부양 기조를 과도하게 오래 유지하면 향후 경기침체 대응력이 약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