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이현수 기자|2012.12.17 11:07
[머니투데이 이현수기자][일본 총선 압승 자민당, 공격적인 통화정책 예고로 엔저 가속될 듯]
'무제한 양적완화'를 주장했던 일본 자민당이 총선에서 압승함에 따라 국내 증시에서는 수출업체에 대해 우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엔저가 가속화할 경우 자동차 등 일본과 경합관계가 높은 업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본 총선 개표결과 보수우익인 자민당은 절반을 훨씬 넘는 의석수를 얻으며 3년여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전날 밤 차기 총재직이 확정되자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경제 정책을 최우선 순위에 두겠다"며 다시 한 번 경기부양 의지를 드러냈다.
◇'윤전기 아베'…엔저 어디까지?
총선 전 자민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지난 10월까지만 해도 78~79엔대 유지했던 엔/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82엔대를 돌파하는 등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17일 오전 10시 20분 현재 전일 대비 0.03엔 내린 83.47엔을 기록하고 있다.
시장에선 자민당 집권 이후 엔화 가치의 추가하락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자민당은 경기부양을 위해 2~3%의 물가 상승을 목표로 한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예고한 상태다. 이를 위해 국채 매입, BOJ 총재 임명방안 등이 거론됐다.
증시 전문가들은 자민당의 공약이 워낙 강력해 엔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화 85엔이 전고점 레벨이었다면, 아베 총재가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풀겠다'고 말한 만큼 향후 최대 95엔까지 빠지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책 실효성 등을 이유로 엔저 기조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대일 대우증권 연구원은 "엔화 약세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일본은행의 양적완화가 미국의 통화정책을 압도할 정도로 강하지 못한 데다, 구조적으로 안전자산 지위 약화에 대한 평가는 추가 정책들을 확인하면서 서서히 진행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출주 주가 영향은?
수출주 가운데서도 특히 자동차주는 엔화 약세에 따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날 약세도 자민당 승리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전 10시 30분 현대차는 전일 대비 2.40% 하락한 22만4000원, 기아차는 3.09% 내린 5만9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83% 하락중이다.
김 연구원은 "이날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주의 약세는 일본 총선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나라도 원화 약세 기조로 돌아설 것이란 시각이 우세한 만큼 향후 증권·금융주도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IT업종은 일본과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만큼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말한 뒤 이어 "철강, 정유업종은 엔화부채가 많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수혜를 누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엔저의 영향은 과거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 연구원은 "자동차 등 수출 주력 품목들의 해외 생산 비중이 확대돼 엔화 영향력이 줄어들 것"리라며 "엔화 약세 보다 글로벌 경기 향방이 수출 경기에 더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이현수기자 hy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