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감세를 찬성합니다.
세일오일 개발로 석유 자원도 풍부한 미국이 감세 카드를 내미는데 어찌 많은 기업이 미국으로 가지 않겠습니까?
자국의 초거대기업ㆍ다국적 기업이 미국으로 속속 들어와 일자리를 창출하기만해도 그게 어디입니까?
일자리를 많이 늘리는 비결!
감세에 있는 것 아닙니까?
매경이코노미 | 이진명 | 2018.01.08 09:2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제 개편안 의회 통과를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불렀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21%로 낮추는 파격적인 감세가 새로운 세제의 핵심 내용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많은 기업들이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세제 개편안 통과를 갈망했던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세법안 통과를 위해 지난가을부터 각별히 공을 들였다. 전국 각지를 돌며 감세 필요성에 대한 연설을 했고 공화당 지도부를 수차례 백악관으로 초청해 감세 개혁안 통과를 당부했다. 지난 11월 아시아 순방 때는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을 미국에 남겨 세제 개혁을 위한 준비에 매진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세제 개혁에 목을 맨 것은 경제적인 이유도 없지 않지만 상당 부분은 정치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감세는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다. 핵심 공약을 지키지 못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입게 될 정치적 타격은 치명적이다. 감세 공약을 기대하고 트럼프를 지지했던 많은 사람들이 등을 돌릴 것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이었던 오대호 주변의 이른바 ‘러스트벨트’ 지역 유권자들은 감세 공약에 영향을 받았다.
세제 개편안이 부결됐더라면 공약을 지키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비난에 직면했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추진했던 주요 공약 중 반이민 정책,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탈퇴, 오바마케어 폐지, 중국 환율조작국 지정, 멕시코 장벽 건설 등이 번번이 법원 판단과 여론의 반발, 그리고 국제 정세에 가로막혀 제대로 이뤄진 것이 없다.
공약 이행에 국민신뢰·리더십 확인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를 부르짖고 있지만 최대 목표는 2020년 재선이다. 만약 이번 감세 개혁에 실패했다면 2020년 재선 목표는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취임 1주년을 앞두고 맞닥뜨린 정치적 악재를 감세 개혁안 통과로 돌파하려 했다. 그에게 닥친 굵직한 악재는 앨라배마주 연방 상원의원 보선 패배와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였다. 그가 지지했던 앨라배마주 상원의원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큰 상처를 입었다. 공천 실패라는 비난과 함께 공화당 텃밭을 빼앗겼다는 충격이 적지 않았다.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는 트럼프 캠프 핵심 3인방을 기소한 데 이어 트럼프 정부 첫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마이클 플린의 진술이 터져 나오면서 수사의 칼날이 점차 트럼프 대통령을 향하고 있던 터였다.
이 모든 악재들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이 바로 감세 개혁안 통과다.
감세 개혁안 통과는 특히 여당인 공화당에서조차 불신과 비판을 받아오던 트럼프 대통령이 당과의 갈등을 봉합하고 당 지도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법안 통과는 지난한 과정을 거쳤다. 하원 법안이 통과되고, 상원 법안이 통과되고 두 법안을 통합하는 절차를 거쳐 다시 상하원에서 표결을 했다. 하원은 공화당이 압도적 다수여서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상원은 51 대 49라는 박빙의 의석 차이에서 공화당의 단합이 절실했다. 가뜩이나 공화당 상원의원 서너 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법안에 반대하고 있었고 존 매케인 의원은 지병을 이유로 표결에 불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끊임없이 이들을 설득해 겨우 마음을 돌렸고 공화당은 단 한 표의 이탈도 없이 단합해 51 대 48의 표차로 통과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2월 22일 연말 휴가지인 플로리다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감세법안에 최종 서명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룩한 감세 개혁이 미국을 더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연일 자랑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세제 개편안 통과는 감세의 혜택을 가장 많이 누리게 되는 기업이나 부자들이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자신을 위한 선물이라고 부를 만하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letswin@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