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기 기자 = 올 들어 한국의 원화는 약 12% 정도 평가절상됐다.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당국도 원화 절상을 용인하고 있다며 세계는 원화절상에 베팅하고 있다고 미국의 월스트리트(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세계의 많은 외환 투자자들은 한국이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해 가기 위해 당분간 원화절상을 용인할 것이라는데 베팅하고 있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원화와 관련 ‘롱 포지션(매수)’을 유지하고 있다.
WSJ 갈무리
원화는 올 들어 약 12% 정도 절상됐다. 이는 10년래 가장 크게 절상된 것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절상된 화폐중 하나다.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실험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정세는 위기 국면이지만 세계의 투자자들은 한국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 호주-뉴질랜드 은행 그룹에 따르면 지난 10월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의 주식과 채권에 33억달러(3조5904억원)를 투자했다.
이는 경제가 개선되고 있고, 최근 한국이 아시아 주요국가 중 최초로 금리인상을 했으며, 원화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앙은행이 섣불리 원화 약세를 유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대부분 투자자들은 한국 당국이 원화강세가 한국의 수출에 불리하게 작용하지만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심기를 거슬리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국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정부와 사전 협의를 거쳐 원화를 사고팔면서 점진적인 원화강세를 유도하고 있다.
한국은 2016년 이래 미국 재무부의 환율 조작국 감시대상에 올라와 있다. 감시대상국은 중국, 일본, 독일, 스위스 등 대미 무역흑자가 큰 나라들이다.
한국은행의 한 관계자는 “감시대상에 올라간 것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외환 당국의 이같은 발언은 투자자들을 추가 원화 강세에 베팅하게 한다고 분석했다.
UBS 자산운용에서 신흥시장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조지 마리스칼은 “한국의 정책 당국은 시장에 맞서는 것을 원치 않는 것 같다”며 “향후 12개월 이내 원화가 추가로 2% 정도 절상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4일 달러/원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2.3원 오른 1088.7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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