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 김신회 기자 | 2017.12.04 07:39
국가부도 위기에 처한 베네수엘라가 자국 화폐(볼리바르화) 가치 급락세에 대응해 가상화폐를 도입한다.
3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이날 TV 연설에서 '페트로커런시'(petrocurrency)라는 이름의 가상화폐를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페트로커런시로 통화주권을 지키고 금융거래를 수행하며 금융봉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봉쇄란 미국의 제재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마두로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가 미국의 제재 때문이라고 비판해왔다.
페트로커런시는 베네수엘라가 보유한 원유, 천연가스, 금, 다이아몬드 등의 자원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통화다. 블룸버그는 마두로 대통령이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가상화폐를 도입하기로 한 건 최근 볼리바르화가 급락하고 있는 데 반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연초 1000달러를 밑돌던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1만170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 가격을 새로 썼다. 올 들어 12배가량 오른 셈이다.
반면 볼리바르화 값은 자유낙하하듯 곤두박질쳤다. 환율 정보업체 달러투데이닷컴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암시장에서 볼리바르/달러 환율은 지난 7월 말 1달러당 1만볼리바르에서 지난 1일 10만3000볼리바르로 급등했다. 달러 대비 볼리바르화 값이 5개월 새 1000% 넘게 추락했다는 말이다. 올 들어서는 무려 3000% 이상 평가절하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베네수엘라 경제가 올해 12% 역성장하고 물가가 내년에 연간 기준으로 2300%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공식적인 디폴트(채무불이행)국이 됐다. 국제스와프파생상품협회(ISDA)가 지난달 베네수엘라 정부와 이 나라 국영석유회사인 PDVSA의 채무 이자 연체를 '신용사건'(credit event)으로 규정하면서다.
이에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도 같은 이유로 베네수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각각 '선택적 디폴트'(SD·Selective Default)와 '제한적 디폴트'(RD·Restricted Default)로 강등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