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 2016.02.21 14:10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샤오강 주석, 서킷브레이커 등 혼란 책임지고 물러나…후임은 류스위 농업은행 이사장, 금융위기 전문가 ]
중국 정부가 증권감독관리위원회 신임 주석으로 류스위 농업은행 이사장을 선임했다. 샤오강 전 주석은 올초 서킷브레이커의 섣부른 도입 등으로 증시 혼란을 부른 책임으로 물러났다. 그는 지난해 6~8월 증시 대폭락 과정에서도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중국 증시의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 수장이 교체됐다. 지난해부터 교체설이 끊이지 않았던 샤오강 증감위 주석이 물러난 것이다.
21일 중국 인민망은 올초 증시 폭락으로 사임설이 제기됐던 샤오강 증감위 주석이 해임되고, 후임으로 류스위(54, 사진) 중국 농업은행 이사장이 임명됐다고 전했다. 샤오강 전 주석은 잔여 임기가 2018년까지였지만 이로써 3년 임기만을 채우고 물러났다.
증감위 수장 교체는 이미 수차례 예견돼 왔다. 특히 중국 정부는 올 초 서킷 브레이커의 섣부른 도입으로 증시 거래가 4차례나 중단되는 등 큰 혼란을 빚은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증시는 이 여파로 1월 한 달에만 상하이종합지수 기준 25% 하락했고, 이달 들어 소폭 회복했지만 지난 19일 종가 기준으로 20% 정도 급락한 상태다.
증감위는 지난해 야오강 부주석과 장위쥔 주석 조치(차관보급) 등이 비리 혐의로 낙마하는 등 고위 관료의 내부 비리도 끊이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샤오강 주석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잇따랐지만 증감위는 그때마다 이를 부인해왔다. 지난 1월에도 교체설이 제기됐지만 증감위는 샤오강 주석의 건재를 알리는 회의 사진을 공개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사실 샤오강 전 주석 경질설은 지난해 8월에도 제기된 바 있다. 중국 증시는 지난해 6월부터 3개월간 상하이지수 기준 43% 대폭락을 보였는데 이때 증감위가 무리하게 국가대표로 불리는 연기금 펀드로 시장에 개입한 것이 되레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이 높았다. 당시 1조3000억위안에 달하는 국가대표 자금이 저가 매수와 증시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대거 증시에 유입됐지만 지금까지 이 자금은 큰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사실 샤오강 주석의 교체는 시기상의 문제였을 뿐 기정사실로 여겨져왔다"며 "지난해 6~8월과 올초 증시 혼란을 감안할 때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제 관심은 신임 류스위 주석이 혼란의 중국 증시를 어떻게 안정시키느냐에 쏠린다. 류 주석은 칭화대 수리공정학과 출신으로 기술경제학 박사학위를 소지한 엘리트로 꼽힌다. 대학 졸업 후 1987년부터 1996년까지 국가경제체제개혁위원회와 중국건설은행 등에서 근무하다 1996년 인민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40대 중반인 2006년에 인민은행 부행장에 올랐다. 류 주석은 인민은행 부행장으로 8년을 더 근무한 후 2014년부터는 농업은행 이사장으로 근무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류 주석이 손꼽히는 금융위기 전문가라는 사실에 주목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중국 증시는 규칙이 없는 노름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며 "류 주석이 증시 제도의 개혁과 개방을 계속 추진하는 한편 다방면의 리스크로부터 중국 증시를 지키는 대비책들을 신중하게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장선에서 증권사와 투자자문사 등에 대한 관리·감독도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그가 2004년 중국 국유은행 개혁 당시 저우샤오촨 인민은행장의 보좌진으로 근무한 사실을 소개하며 류 주석 임명이 증감위의 강력한 개혁을 실천할 것이라고 관측한다. 무엇보다 당장 중국 증시가 증감위 수장 교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이 쏠린다.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gogh@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