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3분기 GDP '기록적 증가' 전망..트럼프 화색, 전문가들은 "속지말라"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20. 10. 29. 16:41

이현승 기자
미국, 3분기 GDP 오늘 밤 발표…대선 전 마지막 주요지표
트럼프 캠프, 공식 발표 전부터 "역사상 최고 수치" 광고
전문가 "연율로 30%대 증가할 것…2분기에 워낙 급감해서"
'역사상 최고의 국내총생산(GDP) 수치.'
'3분기 GDP 성장은 그 이전 기록의 두배 이상.'
최근 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캠프는 페이스북에 이런 문구를 넣은 광고를 게시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3분기 GDP를 공식적으로 발표 하기도 전이다. 대선 전 공개되는 마지막 주요 경제지표 인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성과를 강조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본 것이다.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은 29일 한국 시간으로 오후 9시30분 미국 3분기 GDP를 발표한다. 전문가들은 연율(年率·한 분기의 GDP 흐름이 1년 간 계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변동)로 30% 이상 증가하는 '역대급 성장'을 기록 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라는 돌발변수로 1~2분기 경제가 유례없는 역성장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자릿수 성장은 착시에 불과하며 속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 뉴저지의 뉴워크 항구에 정박해 있는 한 선박. / 로이터 연합뉴스이미지 크게 보기
미국 뉴저지의 뉴워크 항구에 정박해 있는 한 선박. / 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미 코넬대의 크리스토퍼 웨이 부교수는 로이터에 "3분기 GDP 성장은 매우 극적일 것이다. 하지만 선거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라며 "여전히 직장 밖으로 밀려났거나 정부 지원이 끊긴 후 저축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GDP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경제 전문가를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3분기 GDP가 연율로 31% 증가 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 발표되는 수치가 이에 부합 한다면 정부가 분기별 GDP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이다.
이렇게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건 기준 시점인 2분기 GDP가 워낙 급감 했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미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진 2분기에 미국 GDP는 연율로 31.4% 감소했다. 경제에 워낙 깊은 구멍이 생겨 그 구멍을 메운 것 만으로 마치 GDP가 큰 폭으로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나타났다.
GDP가 2분기에 31.4% 감소했다가 3분기에 30% 넘게 증가한다면 충격이 완전히 상쇄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예컨대 1주당 100달러에 거래되던 주식이 30% 하락해 70달러가 된 뒤 다시 30%가 올랐다고 해도, 이 주식의 가격은 100달러가 되지 않는다. 70달러에서 30%가 상승해도 91달러에 그친다.
전문가들은 올해 반년 간 미국 GDP가 2조2000억달러 규모로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3분기 GDP가 30% 넘게 증가했다고 해도 코로나 이전인 작년 말보다 4%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로이터 추정에 따르면 여전히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GDP가 6460억달러(731조원)는 더 늘어야 한다.
4분기 GDP 전망은 다시 암울하다. 미국에서 여름 휴가 기간 이후 코로나가 재확산 되면서 GDP 3분의2를 책임지는 민간소비가 다시 침체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6~8월 개인소비 증가율은 전월 대비 지속적으로 축소 됐다. 소비와 고용, 생산 등 각종 데이터를 종합해 경제 상태를 측정하는 시카고 연방준비제은행 전미활동지수는 8월에 0.79로 하락, 5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3분기 GDP 성장을 이끈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도 이미 기한이 만료된 상태다. 미 의회는 추가 부양책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어 대선 전 통과는 사실상 무산됐다. 코로나로 인해 줄어든 일자리 2220만개 가운데 절반 정도만 회복된 상태이지만, 대기업을 중심으로 구조조정은 계속되고 있다.
미국 금융사 PNC파이낸셜서비스의 거스 파우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병) 이전으로 돌아가는 건 미국 정부가 추가 경기부양책을 추진 한다고 가정해도 아마 내년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