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 자금 유출 1000억달러, 글로벌 금융위기의 4배
[파이낸셜뉴스] 신흥시장에서 코로나19에 따른 범세계적인 침체 불안으로 지난 100일동안 1000억7000만(약 122조원)의 자금이 빠져나갔다. 급격한 자금 이탈은 통화 가치를 떨어뜨려 신흥시장의 채무 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전망이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3일 국제 민간 금융기업들의 연합인 국제금융협회(IIF) 집계를 인용해 중국에서 본격적으로 코로나19가 번진 지난 1월 20일부터 4월 29일까지 100일동안 신흥시장에서 이 같은 금액이 이탈했다고 전했다. 해당 금액은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유출액(236억달러)의 약 4.2배에 달한다. 2015년 중국 증시 폭락에 빠져나간 자금(95억달러)에 비하면 11배나 컸다.
자금 이탈의 원인은 코로나19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3일 독일 금융사 알리안츠는 '세계의 재개' 보고서에서 각국의 코로나19 대비 사회적 봉쇄 조치로 인해 올해 세계 경제가 3.3% 위축된다고 내다봤다. 이는 제 2차 세계대전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가뜩이나 빚이 많은 신흥시장 국가들은 대량의 자금 이탈로 자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달러 채무를 갚기 어려워지고 있다. 브라질 헤알 가치는 2019년 말 대비 27% 하락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와 터키 리라 가치도 각각 25%, 15% 떨어졌다. IIF에 의하면 신흥시장의 정부·민간의 부채는 총71조달러로 역대 최대이며, 국내총생산(GDP)의 2.2배에 이른다
아울러 국제통화기금(IMF)은 신흥시장의 2020년 재정적자가 GDP 대비 8.9%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6개월 전 전망의 1.8배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1월 이후 20개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중기적으로 신용등급 강등의 우려가 있는 '격하 예비군'도 15개국에 이른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