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총선 결과 혼돈 속으로…유로존위기 우려 고조
연합뉴스 | 입력 2013.02.26 08:38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증권가에서 이탈리아발(發) 유로존 재정위기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4∼25일(현지시간) 치러진 이탈리아 총선에서 중도좌파인 민주당이 상·하원에서 모두 승리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상원 과반 확보에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어느 정당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커졌다.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이탈리아는 수개월 내에 다시 총선을 치러야 한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26일 "베르사니가 이끄는 민주당과 베를루스코니의 중도우파 국민당이 대연정을 구성할 수도 있지만, 양당 사이 이념과 정책 차이를 고려하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작년 5월 그리스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고서 6월에 2차 총선을 치른 상황이 재현되는 것"이라며 "이 경우 글로벌 경제는 유로존 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상당 기간 떠안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탈리아가 연정 구성에 성공하더라도 상·하원의 권력 충돌로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가 주도했던 개혁 정책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중간 개표에서 몬티 총리가 이끄는 중도연합은 득표율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민주당은 노동연합과 관계가 긴밀해 노동 개혁을 강력히 끌고나가기 어려운 상황이고, 국민당은 몬티 총리의 개혁 정책에 반기를 든 바 있다.
이 연구원은 "이탈리아 총선 결과로 유로존이 즉각 위기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며 "작년 5월 그리스 총선 사태 때와는 달리 유럽중앙은행(ECB)의 위기 방어 체제가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탈리아 총선 결과가 중간 개표 결과대로 확정된다면, 이탈리아 국채금리와 CDS 프리미엄의 향방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선거 결과가 금융시장에 커다란 악재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영증권 김재홍 연구원은 "국민당 단독으로 정권을 장악하기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하원 주도로 민주당이 정권을 이끌거나, 국민당이 급격한 긴축 반대 노선을 일부 수정해 중도연합과 연정을 꾸릴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베를루스코니는 총리 시절 몬티 총리보다 강한 재정건전화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며 "선거에 이기려고 긴축을 반대한 것이었다면 이제 정권 유지 차원에서 태도가 다소 유연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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