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경제성장 안돼"..중국, 연초부터 경기부양 '총력'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방성훈 기자] 중국 정부가 연초부터 경기 부양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30년만에 최저치인 5%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경제 연착륙을 위해 총력을 펼칠 전망이다.
2일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새해 첫날 시중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지준율)을 0.5% 포인트 인하했다. 이튿날에는 중국 허난성과 쓰촨성 등 지방정부가 채권 발행에 나섰다. 규모 자체가 크진 않지만 중국 지도부가 경기 둔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허난성·쓰촨성, 특수목적채권 판매…조기 현금확보 나서
중국 경제매체 디이차이징(第一財經)은 투자유치 발판을 마련한 일부 지방정부가 특수목적 채권 발행을 조기에 실시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번에 지방정부 채권을 발행한 곳은 허난성과 쓰촨성으로 각각 519억위안, 356억7100만위안 등 총 876억위안(약 14조6000억원) 규모다. 이들은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뒤 인프라 건설 지출을 늘릴 계획이다.
이는 2020년 새해가 시작되고 불과 이틀 만에 실시된 것으로, 지방정부 채권 발행이 전국적으로 허용된 2015년 이후 가장 이르다. 중국 지방정부 채권 발행은 2018년까지만 해도 매년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 회의에서 예산 규모가 확정되고 나서야 시작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앙정부가 운송·에너지 등 인프라 지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작년부터 2년째 시간표를 앞당기도록 지시했다”며 “경제 성장이 둔화될 우려가 큰 만큼 현금을 빨리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올해 지방정부가 채권 발행을 앞당긴 것은 국무원의 지시를 적극 반영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해 11월 각 지방정부에 총 1조 위안(약 167조8400억원) 규모의 2020년 특수목적 채권 발행액을 사전에 배정하고 조기 발행을 독려했다. 11개 성(省), 시(市)는 올해 1분기 특수목적 채권을 포함한 4500억위안 규모의 채권 발행 계획을 공개한 상태다.
중국 기업들의 채무불이행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은 회사채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은 지방정부 채권이 잘 팔릴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10년물의 경우 중앙정부 채권과 지방정부 채권 간 수익률 격차가 최근 20bp(1bp=0.01%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호주·뉴질랜드(ANZ)은행의 싱 자오펑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지방정부가 발행하는 채권은 수익률(위험성)이 중앙정부 채권보다 높지만 채권 등급은 동일하다는 점에서 수요가 높아질 것 같다”며 “은행들은 안정성, 수익성 측면에서 지방정부 채권을 더 선호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민은행, 지준율 인하로 유동성 공급…양적완화엔 선그어
중국 정부는 최근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경제 부담이 가중되자 다양한 방법을 통해 경기 부양을 촉진하고 있다. 중국 금융당국은 지난해 세 차례에 걸쳐 전면적인 지준율 인하를 단행했고, 대출우대금리(LPR)에 사실상 대출기준금리 역할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장금리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은 6%로 추락해 27년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올해는 5% 이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이어지면서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민은행이 새해 첫날부터 시중은행 지준율 인하를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번 지준율 인하로 약 8000억위안(약 133조원)의 자금이 시중에 공급될 것으로 추산된다.
인민은행은 이번 조치와 관련해 “중국의 실물경제 발전을 지원하고 융자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것”이라며 “향후에도 적정하면서도 유연한 통화 정책으로 시장 활력을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지난해 12월 한·중·일 3국 정상회의차 쓰촨성 청두시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준율 추가 인하 가능성을 언급한 만큼 올해 지준율 인하는 몇 차례 더 이어질 전망이다. LPR의 추가 인하 가능성도 예상된다.
다만 인민은행은 ‘대수만관(大水漫灌·물을 대량으로 푼다)’식 정책을 펴지 않을 것이라면서 양적완화 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중국의 지방정부 및 기업 부채 문제가 경제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지적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지속적인 유동성 공급 확대가 더해지면 자칫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인프라 투자용 예산을 당겨쓰는 돌려막기 양상이 목격되면서 실질적으로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신정은 (hao1221@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