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베네수 대통령 "미 달러화는 우리의 '안전판'"
권영미 기자
사회주의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미국 달러화의 힘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미국 달러화를 '안전판'(escape valve)라고 부르면서 '달러화'라고 부르는 달러화 편입 과정이 자국의 경제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안전판은 압력이 위험 수준에 도달하지 않도록 돕는 기계 장치다.
베네수엘라 통화인 볼리바르는 올해들어 90% 이상 가치가 떨어졌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따르면 초(超)인플레이션 상태에 이른 물가상승률은 올해 1월에서 9월까지 무려4680%를 기록해 더욱 서민들을 옭죄었다. 이같은 인플레이션은 베네수엘라의 식품보조금을 포함한 한달 최저임금의 구매력을 10달러로 떨어뜨렸다.
마두로 대통령은 텔레벤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통화 볼리바르화가 무용지물이 된 상황에서 달러화가 보조적인 역할을 하는 데 대해 질문받자 '나는 이것을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이 과정을 그들은 '달러화'(dollarization)라고 부른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는 나라의 회복을 돕고 나라와 경제에 생산력을 확산시킨다. 이게 있어서 신에게 감사한다'고까지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최소 2018년까지는 달러화 사용을 금했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그는 '볼리바르가 공식 통화로 계속 유통될 것'이라며 '베네수엘라는 항상 자체 통화를 갖고 있을 것이며 이를 회복하고 방어할 것'이라 했다. 하지만 이같이 말하면서도 '최근 사용이 늘고 있는 미 달러화 거래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했다. 2003년 이후 베네수엘라는 정부가 환율을 공식적으로 설정하는 공식환율제이지만 현재 그 환율 설정은 점점 더 유연해졌다.
미국의 제재 하에서 중앙은행은 달러외에도 유로화를 경제에 투입하기 시작했다. 정부와 베네수엘라 에너지기업인 PDVSA는 계약자들에게 유로화로 결제하기 시작했다. 외국환은 원유와 금의 판매를 통해 베네수엘라로 광범위하게 들어왔다.
야당 지도자인 후안 과이도는 마두로 대통령의 '달러화' 발언에 대해 그가 또다른 패배를 인정한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달러화되고 있다면서 그가 오늘 미라플로레스궁전(마두로가 있는 궁전)의 실패를 인정했다'며 '그는 우리의 통화가 아무런 가치를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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