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공포에 지준율 낮춰 150조 푼 中..여력 더 있다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기자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중국이 지급준비율(지준율)을 낮춰 9000억위안(약 150조원)에 이르는 유동성을 시중에 공급하기로 했다. 돈을 대거 풀어 내수경기를 부양하겠다는 것인데 미중 무역전쟁으로 위축된 경기가 회복될 지 주목된다.
인민은행은 오는 16일부터 중국 금융기관의 지급준비율을 0.5% 낮추기로 했다. 중국 대형 은행의 지준율은 13.5%에서 13%로, 중소형 은행은 11.5%에서 11%로 0.5%포인트씩 낮아진다. 일정 자격을 갖춘 도시 상업은행의 경우 지준율이 추가로 1%포인트 인하된다.
인민은행은 이날 발표된 지준율 인하 조치를 통해 총 9000억위안(약 150조원)의 유동성이 시중에 추가로 공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면적인 지준율 인하로 8000억위안, 도시상업은행 지준율 인하로 1000억위안이 풀린다.
중국은 지난해부터 이번까지 총 7번의 지준율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 4차례 지준율을 인하했으며 올해 1월에도 두차례 지준율을 인하했다.
이번 지준율 인하는 리커창 총리가 지난 4일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외부환경이 더욱 복잡 하고 엄숙해지는 가운데 국내경제의 하방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언급한 이후 이틀면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리 총리는 '온건한 통화정책을 견지하는 가운데 실질금리 수준을 낮추는 조치를 가속화할 것'이라며 '실물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도구로 지준율을 보편적, 선별적으로 시의적절하게 인하할 것'이라고 발언했다.
공산당 소속 경제지 경제관찰보에 따르면 자오상증권의 시아헌 거시 애널리스트는 ''보편적인 하향 조정'이라는 표현이 시장의 예상을 사실상 뛰어넘었다'고 밝혔다.
중국 경기 하강의 징후는 여러 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생산자물가는 2016년 이후 재차 마이너스 영역에 진입했다. 생산자 물가하락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 물가 하방압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지수(PMI)는 49.5로 전월(49.7)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하며 4개월 연속 기준점(50.0)을 하회했다.
홍콩 시위로 인한 악양향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용평가사 피치가 최근 홍콩에서 발생한 불안을 이유로 홍콩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A로 한단계 강등하고, 전망도 '부정적'으로 유지했다.
피치는 몇 개월간 지속된 홍콩의 갈등과 폭력이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한계와 유연성을 시험하고 있다고 강등배경을 설명했다.
앞으로도 중국 정부는 시중 유동성 확대를 위한 통화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줄리언 에번스 프리처드 캐피탈이코노믹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달 동안 대외수요 감소와 부동산경기 악화로 중국 경제가 역풍을 맞게 될 수 있다'며 '지준율 인하가 한번에서 멈출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초까지 지준율을 두 차례 더 내리고, 시장 금리도 0.75%포인트 낮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중국)=김명룡 특파원 dragong@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