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中 대리전 무대 된 '금융허브'.. 亞 경제위기 도화선 되나[홍콩사태, 블랙스완 되나]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9. 8. 19. 07:53

예병정 기자

 

올해 글로벌 경제의 특징은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고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무역갈등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여기에 새로운 불확실성으로 홍콩 시위가 등장했다. '아시아 금융허브'로 불리는 홍콩에서 반정부 시위가 11주째 이어지면서 홍콩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중국이 무력개입에 나서는 등 상황이 더욱 악화되면 미·중 무역협상 결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전망은 '블랙스완'으로 여겨진다. 블랙스완은 도저히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지난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 블랙스완으로 꼽힌다.

■홍콩 시위, 무역협상 결렬시키나

 

1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16일 원·달러 환율은 1210.8원에 마감했다. 올 상반기에는 1100원대 중반이었던 원·달러 환율을 현재 수준까지 끌어올린 것은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이었다. 다행히 최근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오는 12월까지 연기하기로 하면서 외환시장의 불확실성은 줄어들었다.

 

문제는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력진압 가능성이다. 현실화된다면 원·달러 환율 변동성을 키울 트리거(방아쇠)가 된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사실상 무역협상 합의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중국은 (무역)협상을 타결하고 싶어한다. 그들(중국)이 먼저 홍콩 문제를 인도적으로 해결하게 하자'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이 무력으로 시위를 진압한다면 다음달로 예정된 미·중 무역협상은 사실상 장기표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이 대중국 제재에 나설 가능성도 높아진다. 이 경우 중국 내 외국인 자금 이탈과 중국 실물경제 악화, 위안화 가치 급락 등이 불가피하다. 위안화와 동조화된 원화 가치도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경제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홍콩 시위 이슈는 원·달러 환율로 보면 상승(원화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지만 중국의 무력진압이나 서방권 제재로 사태가 악화되면 환율상승 압력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콩발 아시아 금융 리스크 우려

 

현재 경제적 손익에 따졌을 때 중국이 무력진압에는 나서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홍콩 시위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장기화되면서 홍콩 및 중국, 아시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

 

특히 시장에서는 사태 진화가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 달러화에 대한 홍콩 달러화의 페그제(고정환율제)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다. 홍콩 달러화의 페그는 지난 1983년 이후 주요 통화 가운데 최장기간에 걸쳐 유지되고 있다.

 

페그제는 경제가 안정된 상황에서는 외국인 자본 유출입이 원활해지면서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반대로 경제가 악화되면 환율은 고정됐지만 실질 환율은 상승(통화가치 하락)한다. 이 같은 격차를 노린 환투기 세력에 공격을 받게 되고 금융시장은 위기로 빠질 수 있다.

 

홍콩 경제가 안정적이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지만 현재는 시위 여파로 경제에 하방압력은 물론이고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홍콩 금융시장의 리스크는 단순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다.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인 만큼 리스크는 인접한 중국은 물론이고 거래가 많은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될 수 있다. 중국과 거래가 많은 우리나라 기업들에도 피해가 예상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홍콩 사태 악화는 아시아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홍콩 사태로 홍콩 달러 가치 급락 등 홍콩 금융시장과 경제 불안이 확산될 경우 불안 리스크가 아시아 전체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여지가 높다'고 설명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