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속출·주가 폭락..무역전쟁에 흔들리는 中 경제
머니투데이 | 유희석 기자 | 2018.10.28 16:00
미국과의 무역전쟁 이후 중국 경제의 쇠퇴가 뚜렷해졌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가운데 파산하는 기업이 속출하고, 주가지수가 폭락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무역전쟁 승리를 자신하며 와 경제 자신감을 선전하고 있지만, 주가지수가 폭락하는 등 시장의 비관적인 심리는 회복될 기미가 없다.
◇올 상반기 504만개 기업 파산
중국 왕이신문(网易新闻)은 지난 22일 올해 상반기 파산한 기업이 504만여개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신규 실업자도 200만명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올해 3월 기준 중국에 등록된 법인은 약 3100만개로 이 가운데 약 6분의 1이 문을 닫았다는 얘기다. 중국 민영기업의 평균 수명이 2.9년 정도로 짧다는 점을 고려해도 엄청나게 많은 숫자다. 파산 기업 중에는 미국의 높은 관세 부과로 직격탄을 맞은 기업이 대거 포함됐다. 중국 최대 민영 대두 수입업체인 산둥천시(山東晨曦)와 중국 10대 타이어 제조사 산둥융타이(永泰), 중국 헤이룽장성 최대 철강기업 시린강철(西林鋼鐵)이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파산했다.
파산 기업 급증은 그만큼 시중 유동성이 말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미국 등 선진국의 긴축으로 자본이 계속 빠지는 상황에서 무역전쟁으로 수출까지 타격을 받자 '돈맥 경화'에 걸린 것이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자금난을 겪는 기업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올 들어 은행 지급준비율을 네 차례나 인하하고,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수천억 위안을 투입하는 등 애를 쓰고 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중국 정부가 자금난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대출을 늘리고 있지만, 서류상으로만 진행되는 사례가 많다"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조건은 여전히 매우 까다로우며, 기업은 생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중국 경제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자 중국 당국은 부정적인 정보를 적극 차단하고 있다. 왕이신문의 기업 파산 관련 기사도 얼마 안가 아무런 이유 없이 삭제됐다.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아보뤄(阿波羅)신문은 "중국 검열 당국이 경제의 부정적인 정보를 차단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간헐적으로 드러나는 소식으로 무역전쟁 발발 이후 파산하는 기업 정보가 알려졌다"고 했다. 이어 한 홍콩 기업가의 말을 인용해 "만약 미국이 중국산 상품에 대한 관세를 계속 높이면 중국 경제의 심장부인 광둥성 기업의 최소 절반이 도산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中 경제지표 줄줄이 악화
중국 경제지표도 줄줄이 악화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올해 초보다 20% 넘게 떨어졌다. 2015년 고점 대비로는 거의 반토막이 났다. 중국의 3분기 국내총생산(GDP)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늘어나는 데 그쳐 2009년 1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자본이 계속해서 국외로 빠져나가면서 미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은 작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심리적 마지노선인 7위안선에 바짝 다가섰다.
중국의 공업기업 이익 증가율도 5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27일 연 매출 2000만위안 이상 대형 공업 기업의 9월 순이익이 5455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 3월 3.1% 증가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전월의 절반 수준이다. 공업기업 이익 증가율은 중국 기업들이 미중 무역전쟁의 영향을 어느 정도 받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표로 중국 기업의 경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려준다.
채용시장에도 한파가 불기 시작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는 지난 24일 공개된 인사문건에서 "원칙적으로 일반 공개채용을 중단하겠다"며 "우수 인재나 특정 부문 인재, 특별 채용 등을 제외한 인력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진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학 졸업자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대규모 공채는 하지 않고 경력자와 기술인력 중심의 채용만 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전자상거래 업계의 양대 산맥 알리바바와 징둥도 당분간 채용을 중단하고 조직 개편으로 덩치를 줄일 계획으로 알려졌으며, 음식 배달 서비스 메이퇀, 일자리 정보 기업 라고우, 휴대폰 제조업체 추이즈 등도 신규 채용을 줄이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유희석 기자 heesuk@mt.co.kr,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jisa@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