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라가르드 "신흥국, 자본유출 막기 위한 모든 조처 취해야"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8. 10. 12. 10:53

파이낸셜뉴스 | 송경재 | 2018.10.12 10:26

 

신흥국 위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파키스탄이 국제통화기금(IMF)에 공식적으로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한 11일(현지시간)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신흥국 정책 담당자들이 자본유출을 막기 위해 "모든 수단을 활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세계은행(WB)과 함께 연차총회를 열고 있는 라가르드 총재는 이날 한 행사에 참석한 자리에서 신흥국 자본유출이 이미 시작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라가르드 총재는 신흥국에서 최대 1000억다러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미국의 금리인상,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 고조가 결국 신흥국 자본유출을 촉발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충고했다. 라가르드는 "그저 수평선 끝에 구름이 낀 정도가 아니라 일부 구름은 비를 뿌리기 시작한 상태"라면서 "내리는 비는 보슬비보다는 강할 것"이라고 말했다.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은 1997년 아시아, 중남미 외환위기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였던 인도네시아에서 나와 기시감을 일으키기도 했다.

 

IMF는 물론이고, 시장에서도 아르헨티나, 파키스탄의 구제금융 요청이 신흥국 전반의 위기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는 있다. IMF는 거듭 신흥시장으로 위기가 확산되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강조해왔고, 투자자들도 정책 실수를 하는 나라들과 탁월한 정책을 펴는 나라들 간에 차별화를 해왔다.

 

터키, 아르헨티나 등에서는 자산을 팔아치웠지만 탄탄한 거시흐름을 보이는 신흥국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왔다.

 

이는 지금의 시장 급변동 충격이 제한적일 것이고, 이에따라 IMF의 역할 역시 지금보다 크게 확대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

 

낙관론자들은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 이후 신흥국들의 달라진 체질을 낙관 전망의 근거로 제시한다. 신흥국들이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환율을 시장에 맡겨왔고, 외환보유액은 크게 늘리는 등 당시에 비해 훨씬 더 탄탄한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신흥국 체질개선과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아르헨티나와 파키스탄의 구제금융은 이제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자리잡고 있다. IMF가 앞으로 몇달 안에 또 다른 신흥국에 구제금융을 지원해야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특히 통화가치 하락, 재정적자 확대, 금리상승에 따른 채무비용 급증에 시달리는 나라들이 위험군으로 지목된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지속적인 금리인상 예고는 시중 금리를 큰 폭으로 끌어올렸고, 이때문에 올들어 아르헨티나와 파키스탄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아르헨티나는 IMF 사상 최대 규모인 570억달러를 지원 받기로 했고, 파키스탄은 70억달러를 신청할 전망이다. IMF 출신으로 지금은 싱크탱크 국제지배구조혁신연구소(CIGI) 연구위원인 토머스 번스는 "다양한 나라들이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면서 "사람들이 초조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다음 주자로 거론되는 나라들은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베네수엘라 등이고, 이번에 IMF 연차총회가 열린 인도네시아도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 인도네시아는 라가르드 총재로부터 적절한 정책 조합을 취하고 있다는 후한 점수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루피아가 달러에 대해 20년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편 신흥국 위기가 고조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IMF의 위기 진화용 소방용수는 점점 줄고 있어 위기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높아지고 있다. IMF는 점점 커지는 구제금융 자금지원 규모를 감안해 재원확충에 주력하고 있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IMF 최대 주주인 미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뒤 IMF를 연일 공격하고 있어 위기진화에 충분한 자금마련이 가능할지가 의문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