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성장에 가려진 골병 든 신흥국
파이낸셜뉴스 | 송경재 | 2018.10.08 17:18
세계 경제가 겉보기와 달리 충격에 취약한 상태라는 경고가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7일(현지시간)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와 공동으로 집계하는 '타이거지수' 흐름으로 볼 때 세계 경제의 강한 성장세가 신흥시장의 취약성과 선진국 정책당국들의 대응력 부재를 가리고 있다면서 이같이 우려했다.
FT는 타이거지수가 주요국의 공식 경제지표와 금융시장 가격 흐름, 신뢰도지수 등을 이전 통계와 비교해 작성된다면서 최근 흐름은 글로벌 성장세에 열기가 일부 빠졌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터키 사태는 세계 경제가 겉보기로는 탄탄하지만 속으로는 여전히 취약한 상태임을 잘 드러내 보이고 있다.
■골병든 신흥시장
특히 세계 경제 모멘텀이 여전히 탄탄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터키와 아르헨티나에서 시작된 신흥시장 불안이 인도 리라를 연일 사상최저치로 떨어뜨리고 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네시아 등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미국 경제가 특히 나홀로 독주를 계속하면서 실업률이 반세기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일본 등 다른 선진국 경제들도 여전히 장기 자연성장률을 웃도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시장은 신흥시장의 단기전망에 우려하는 분위기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브루킹스 선임 연구위원인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현재 흐름은 주요 신흥시장에 특히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통적인 성장 지표들이 대부분 나라에서 비교적 탄탄한 반면 기업과 소비자들의 신뢰지수는 상당수 국가, 특히 주요 신흥시장에서 성장세를 지탱하기에는 매우 낮다"고 말했다.
■중국, 정책 딜레마 직면
그는 아르헨티나, 터키에 이어 "이 같은 취약성을 공유하는 인도네시아, 남아공 같은 나라들 역시 자본유출과 환율변동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도 역시 지금 당장은 세계 주요 경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지만 상당수 구조개혁이 지연되면서 투자자들의 의심을 받고 있다. 투자자들은 인도 정책당국의 결정들이 루피 하락의 배경인 경상수지 적자를 앞으로도 줄이기는 커녕 늘어나도록 만들 것으로 우려해 루피를 투매하고 있다.
중국도 성장세가 꺾이는 와중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맞닥뜨리면서 어려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성장률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정책담당자들이 어려운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이전에 비해 소폭 둔화된 성장세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채를 위험한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신용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느냐 아니면 취약한 성장 전망을 그대로 용인할 것이냐 하는 어려운 선택이다.■선진국, 위기 대응 실탄 소진
선진국들이라고 마냥 안심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실업률이 대부분 선진국에서 2008년 세계 경기침체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고는 하지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상흔이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트럼프 미 대통령은 금융위기 이후 강화됐던 월가에 대한 규제를 다시 풀어 제2의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로운 외부 충격이 오면 또다시 전복될 위험이 잦아들지 않았다. 프라사드 교수는 "세계 경제가 경기순환상 하강 국면으로 진입한 데다 경제·무역·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면서 "정책담당자들이 성장세 둔화에 맞서 공격적으로 대응할 여지가 거의 없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한편 IMF는 오는 12~14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리는 연차총회를 통해 각국에 무역갈등을 자제하고, 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할 것을 권고할 것으로 보인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총재는 지난주 이번 연차총회에서 IMF가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것임을 예고하고 각국에 생산성 향상을 위한 구조조정에 매진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