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 中 기업들, 무역전쟁 디폴트 공포
파이낸셜뉴스 | 박종원 | 2018.07.03 16:47
만성적인 빚에 시달리는 중국 기업들은 채무불이행(디폴트) 공포에 떨고 있다. 오는 6일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연달아 디폴트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당국의 부채 감축 압박으로 돈 빌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보복관세까지 기승을 부리면 경영 악화는 피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현지시간) JP모간의 징 울리치 아시아·태평양부문 부사장을 인용해 양자 간 무역전쟁이 무역을 넘어 중국 금융권을 강타해 회사채 디폴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5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붙인 것에 대항해 오는 6일부터 미국산 자동차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는 같은 날 500억달러 규모 수입품 가운데 우선 자동차를 포함, 340억달러(약 38조원)어치에 관세를 강행할 계획이다.
울리치 부사장은 보복관세로 소비자 수요가 줄어들고 경제에 거시적인 타격이 예상된다며 "이 같은 여파가 장래에 신용 수준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역전쟁이 중국 기업들의 상환 능력을 떨어뜨리고 소규모 은행들도 위기로 몰아넣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기업들의 부채 문제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당국이 민간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자금 규제를 강화하고, 올 상반기 경기 침체로 영업 실적이 악화되면서 위험 수준에 접어들었다. 블룸버그는 올 상반기 중국 회사채 디폴트 규모가 165억위안(약 2조7512억원)으로 지난해 디폴트 총액(207억위안)에 육박한다고 우려했다. 중국 경제매체 경제관찰보는 지난 1일 보도에서 올해 같은 기간 중국 채권시장에서 13개 기업이 발행한 25개의 채권에서 디폴트가 발생했으며 13개 기업 가운데 7곳은 2018년 들어 처음으로 디폴트를 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기업들이 지난 2015년에 당국의 지원 하에 대량 발행한 채권들의 만기 대부분이 올해와 내년에 돌아오기 때문에 디폴트 건수가 갈수록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중신증권의 뤼핀 애널리스트는 "올해 채권 디폴트 규모가 2016년을 넘어서 역대 최고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무역전쟁은 이같이 절박한 상황에 몰린 중국 기업들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파이낸셜타임스(FT) 산하 FT컨피덴셜리서치(FTCR)가 중국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조사해 산출한 FTCR중국소비자지수는 지난달 2.6포인트 하락해 최근 20개월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다만 중국 당국이 나선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울리치 부사장은 "시장에 유동성이 좀 더 들어오면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타격을 의식한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발표에서 상업은행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낮춰 올해 들어 3번째로 지준율 인하, 시중에 돈을 풀기로 결정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