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파월 의장 시대 개막..非경제학도 출신 첫 수장
김정한 기자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이하 연준)의 신임 의장의 임기가 3일(현지시간) 시작됐다. 의장직 취임 선서는 5일에 있을 예정이다.
파월은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연준 차기 의장으로 지명됐다. 연준은 지난 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파월을 차기 의장으로 정식 선출했다.
파월 신임 의장은 워싱턴 정가와 뉴욕 금융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프린스턴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조지타운대에서 로스쿨을 마친 후 변호사가 됐다. 이후 투자은행 '딜런, 리드 앤드 코'(Dillon, Read & Co), 뱅커스트러스트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이후 상위권 사모투자회사중 한 곳인 칼라일 그룹에서 8년간 파트너로 지냈다. 1990~1993년에는 재무부 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2년 중반 연준 이사로 합류했고, 지난 2015년 연임에 성공했다.
자산가로 알려진 파월 의장은 공화당원이지만 실용주의적이고 정치적 성향은 중립적인 것으로 평가된다.오바마 대통령이 그를 연준 이사로 발탁한 데는 이 같은 그의 성향이 작용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화정책에 관한 한 그는 중도적 비둘기파로 꼽힌다. 큰 틀에서 통화정책이 연준의 두가지 목표인 경제성장과 고용에 기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은행에서 채권을 사서 돈을 무한정 푸는 양적완화(QE)와 같은 극단적인 정책에는 거부감을 가져왔다.
파월 의장은 지난 2012년 9월 연준 통화정책회의에서 논의되고 결정됐던 제3차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마지못해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속기록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당시 회의에서 "나는 (결정을) 따르긴 하겠지만 그다지 열의는 없다"며 "연준이 걷고 있는 이 길이 다소 불편하다"고 말했다.
당시 연준 정책위원들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월간 400억달러를 매입해 시장금리를 낮은 상태로 유지하고 고용과 투자를 부양하고자 했다.
역사적으로 파월 의장은 경제학 전공자가 아닌 첫 연준 의장이기도 하다. 전임자인 재닛 옐런, 벤 버냉키, 앨런 그린스펀 등은 모두 경제학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선택한 것은 그의 실무 경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비둘기파이면서도 신중한 그의 성향이 자신의 성장률 3% 달성 목표를 추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파월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이 처음으로 주재할 다음 달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1월 미국 근로자의 평균임금은 전년동월 대비 8년반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 금리인상 무드를 고조시켰다. 다만 그의 신중한 태도를 고려할 때 향후 미국의 금리인상 기조는 점진적으로 진행될 것이란 게 월가의 지배적 시각이다.
한편 재닛 옐런 전 의장은 첫 여성 연준 의상으로 무난하게 임기를 수행했지만 연임에는 실패했다. 연준 의장이 연임에 실패한 것은 40년 만에 처음이다.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지난 2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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