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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가게 '보호'보다 '상생' 중시하는 중국

김지현회계법률번역 2018. 1. 5. 10:02

조선비즈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2018.01.05 08:03

 

중국 남부 항저우(杭州)에 있는 저장(浙江)대 북문 앞 도로 건너편에는 140㎡ 규모의 작은 슈퍼가 있다. 2009년 문을 연 웨이쥔(維軍)슈퍼는 부부가 운영하는 중국의 보통 구멍가게다. 작년 8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티몰 스토어(중국명·톈마오샤오뎬·天猫小店)’ 1호점으로 재단장한 후 정부관료들은 물론 국내외 마케팅 전문가까지 찾는 ‘명소’가 됐다.

 

간판부터 밝은 주황색 배경 전광판을 써서 주변 상가에 비해 눈에 잘 띈다. 작년 항저우 출장때 만난 주인 황하이둥(黃海東)은 인근 패밀리마트와 로손 편의점 때문에 언제까지 가게를 할 수 있을지 몰랐는데 재단장후 40% 정도 매출이 늘었다며 웃었다. 알리바바 추천으로 들여놨다는 어묵 소시지 등 즉석식품코너와 과즙기를 가르키기도 했다.

 

하드웨어만이 바뀐게 아니다. 매달 1만위안(약 164만원)어치 이상 상품을 조달하고 기술서비스 명목으로 연간 3999위안(약 65만원)만 내면 가입할 수 있는 티몰 스토어는 신혼부부 밀집 등 주변 상권 빅데이터에 기반한 판매상품 추천과 매대 배치 컨설팅 등의 서비스를 받는다. 알리 링서우퉁(阿里零售通)앱으로 상품을 주문하는데 중간유통상을 빼 조달비용도 떨어뜨렸다.

 

티몰스토어는 항저우에만 30여개를 비롯 4000여개로 늘었다. 알리바바는 3월말까지 1만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알리바바 최대 라이벌인 징둥(京東)도 작년 11월초 하루에 1111개 징둥 편의점을 개장하는 행사를 가졌다. 알리바바 처럼 징둥의 신(新)유통 기술을 체험할 수 있는 곳으로 티몰스토어처럼 기존 구멍가게도 포함됐다.

 

알리바바오 징둥 모두 600만개에 이르는 중국의 구멍가게를 스마트점포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목표를 두고 이들을 향해 경쟁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겉으론 공익성 비즈니스지만 속내는 온⋅오프라인이 결합된 신유통 시장 장악이다. 고객의 소비 데이터를 많이 확보할 수록 정확한 상권분석이 가능해지고, 중국 전역에 있는 구멍가게는 물류망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기자가 사는 아파트 단지 구멍가게는 이미 징둥 배달 물건을 대신 보관해주는 댓가로 건당 1위안(약 164원)을 고객으로부터 받는다.

 

중국에서 대형 유통사와 구멍가게의 상생(相生)프로젝트로 현실화되고 있는 또 다른 4차 산업혁명 현장이다. 4차 산업혁명의 가치를 거창한 기술혁신 보다 사회 문제 해결 기여에서 구현하려는 노력은 ‘한·중·일 3국 협력사무국’(TCS)과 한국언론재단 프로그램으로 작년 여름 찾은 일본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알리바바의 빅데이터 및 상품 조달 서비스를 받는 티몰스토어 1호점으로 재단장한 항저우의 슈퍼마켓 /항저우=오광진 특파원

 

소프트뱅크 자회사 SB드라이브의 사지 유키 대표는 농촌의 인구 감소에다 기사 구하기도 힘들어 일본 버스회사의 70%가 적자를 내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버스를 개발 오키나와현에서 시험운행중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정부나 대기업 모두 골목상권을 보호하거나 기부해줘야할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에 머문 듯 하다. 복합쇼핑몰 규제를 신설해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신년사는 ‘상생’보다는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다.

 

4차산업혁명 시대, 구멍가게를 ‘보호’보다 ‘상생’의 대상으로 보는 노력의 중요성을 알리바바의 구멍가게 상생프로젝트에서 보게 된다. 기술에도 ‘온기(溫氣)’를 담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