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음료 업계 거인들을 쓰러뜨린 中 신소비..군웅할거 시대 진입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중국 최대 라면 업체 캉스푸 순이익 31% 감소...우유 2위 기업 멍뉴 1200억원 적자 코카콜라도 탄산음료 시장 점유율 40%→10%..배달∙건강중시∙소비다원화 영향
중국 라면 시장과 쌀과자 시장에서 각각 1위업체인 캉스푸(康師傅)와 왕왕(旺旺)은 작년까지 매출이 나란히 3년 연속 감소했다. 둘 다 대만계 기업이지만 1990년대 중국 시장에 진출해 중국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중국 우유시장 2위업체 멍뉴(蒙牛)는 지난해 7억5000만위안(약 1222억원)의 적자를 냈다.
중국 식음료 업계 거인들이 흔들리고 있다. 14억 중국인의 ‘입’ 이 세계 먹거리 시장의 성장을 견인한다는 분석이 잇따르는데도 중국 먹거리 시장을 선도해온 대기업들이 실적악화를 겪는 이유는 월까. 개별 기업의 경영을 탓하기 앞서 주목해야할 중국 소비의 새 변화가 있다. ▲음식 배달서비스 급팽창 ▲건강 식품 선호 ▲국제화로 대표되는 소비 다원화 등으로 특징되는 중국의 신소비가 기존 식음료 업계의 ‘판’을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라면의 편리함을 대체한 음식배달앱
캉스푸가 중국에서 40%의 점유율을 기록중인 라면시장은 인스탄트 식품을 대표한다. 라면시장이 성장한 배경엔 ‘편리함’이 있다. 캉스푸의 최대 적(敵)은 경쟁사 퉁이(統一)가 아니었다. 어러머(餓了麽) 바이두와이마이(百度外賣) 같은 음식배달서비스가 창출한 ‘편리함’은 인스탄트 식품의 편리함을 대체했다. “지난해 중국의 음식배달서비스 시장은 30% 성장했다.”(니혼게이자이신문)
여기에 중국의 소득 수준 향상으로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가 늘고, 먹거리 소비가 다원화되는 추세가 복합적으로 얽혀 캉스푸 성장을 뒷받침해온 중국 라면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졌다. 중국언론들은 “중국에서 라면시장이 정점에 달했던 2010년 501억봉지가 팔려 1인당 판매량이 37.4봉지를 기록했는데 2015년엔 26.3봉지로 감소했다”고 전한다. 시장 조사기관 닐슨에 따르면 중국 라면 판매량은 2016년에도 5.7% 줄었다.
라면 뿐 아니라 인스타트 식품으로 대표되는 포장식품의 판매량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중국의 포장식품 판매량은 2013년부터 3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반면 음식배달 서비스의 도움 등에 힘입어 외식 시장은 2015년부터 두자리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15일 발표한 4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요식업 매출은 1조 2082억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했다. 전체 소비에서 외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10.7%를 기록했다. 2014년만 해도 요식업 매출이 전체 소매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2%였다.
캉스푸의 지난해 매출이 8%, 순이익은 31% 감소한 배경이다. 왕왕의 지난해 매출도 197억 1000만위안으로 8% 감소했다.
◆건강 중시+온라인쇼핑=소비 국제화
멍뉴는 중국 우유 시장 점유율 16%의 2위 업체다. 지난해 동사장(이사장)이 퇴임하면서 실적악화에 책임을 진 것이라는 설(說)이 돌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에서 분유파동이 잇따르면서 국산 우유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진 게 영향을 미쳤다. 특히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우유의 신뢰성이 더욱 부각됐다.
온라인 쇼핑이 급성장하면서 해외직구로도 손쉽게 신뢰성이 높은 해외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된 것도 중국 식품 대표기업의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해외 직구는 중국인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늘고 있는 해산물 소비에서도 주요 채널로 부상하고 있다. 알리연구원에 따르면 알리바바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 해산물 소비에서 수입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만해도 2.4%에 그쳤지만 2016년 19.19%로 상승했다.
한해 1억명이 넘는 중국인이 해외 관광을 나가면서 이들의 쇼핑리스트에 해외 식품이 늘어나는 등 다원화 추세를 보이게 된 것도 국산 브랜드 영향력 약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캉스푸와 왕왕 멍뉴에 직격탄을 안길 만큼 중국인의 건강 중시 트렌드는 식음료업계의 명함을 뚜렷히 만들어낸다. 중국 중산층이 건강식품으로 앞다퉈 구매하는 바람에 멕시코 과일 아보카도 가격이 이달 초 1998년 통계치 산정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게 한 사례다. 딩제(丁杰) 베인앤컴퍼니 글로벌파트너는 “라면 소비는 줄어든 반면 요쿠르트와 프랑스산 탄산수 판매는 크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멍뉴의 쇠락은 청정우유로 유명한 호주 업체들의 부상과도 겹친다. A2밀크가 호주와 뉴질랜드에만 판매했던 성인용 분유를 전자상거래를 통해 중국에도 팔기로 했다는 소식에 4월 한 때 주가가 사상최고치인 3.28호주달러를 기록한 게 대표적이다.
멍뉴는 산업사슬을 확장해 품질 신뢰도 제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3월초 중국 최대 우유 원유업체 셴다이무예(現代牧業) 지분을 20.1% 추가 인수해 57.9%로 늘렸다고 발표한 배경이다. 중국 1위 우유업체 이리(伊利)는 8억5000만달러에 미국 유기농 요거트 업체 스토니필드 인수를 추진한다고 10일 발표하는 등 건강 트렌드 흐름에 올라타는 것으로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왕왕도 몸에 좋은 식물성 우유시장 규모가 2~3년안에 현재의 2배 수준인 550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보고 귀리유 같은 곡물우유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신소비는 전통적으로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외자 식음료업체의 입지도 흔들고 있다. 2000년대초만해도 중국 탄산음료 시장의 40%를 차지한 코카콜라의 점유율이 10% 수준으로 내려운 게 대표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90년대만 해도 라면의 경우 갖다만 놓으면 팔리는 때로 캉스푸 외에는 경쟁자가 없었다며”며 “하지만 이젠 소비의 다원화로 중국의 식품업계가 군웅할거 시대에 이미 진입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최대 식음료기업 와하하의 창업자 종칭허우 회장도 “중국의 소비가 다원화되고 있다”며 “잠재 소비를 발굴해야한다”고 말한다.
판이 흔들릴 때 기회가 온다. 신소비 트렌드가 새 판을 짜고 있는 중국의 식음료 시장에 우리 기업들이 관심을 가져야할 이유다.